[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지난 12일 음악 예능 '슈퍼밴드'의 초대 우승팀으로 선정된 호피폴라(아일[보컬·건반]·김영소[기타]·하현상[보컬·기타]·홍진호[첼로]). 이들이 25만 대국민 투표로 1위에 오르기까지 감내해야 했던 무수한 시간들이 있었다.
17일 서울 상암 JT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본지 기자는 밴드씬 자체가 고사 위기에 놓인 상황을 짚고, 이들의 음악적 신념과 소신을 들어보고자 했다.
'슈퍼밴드'는 방송 첫회부터 출연진들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밴드씬의 어려운 환경을 그려왔었다. 동료를 찾을 길 없이 외로이 분투하던 각각의 모습이 이들의 입을 빌려 전해졌었다.
프론트맨 아일 역시 그런 참가자 중 한명이었다. '슈퍼밴드'에 참가하기 전까지 그는 밴드음악을 접어두고 다른 일을 알아보던 상황이었다. 아일은 "우리나라에서 밴드가 오래가기 쉽지 않더라고요"라며 기자의 질문에 말문을 열었다.
"대중음악을 업으로 해서, 특히나 밴드음악을 해서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데. 저 또한 방송에 참여하기 직전 다른 일을 알아본 적도 있었거든요.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나올 때마다 쉽게 눈이 가지 않았는데, 밴드를 만든다는 프로그램의 기획이 정말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었요."(아일)
'슈퍼밴드' 우승팀 호피폴라. 사진/JTBC
아일과 함께 나머지 멤버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어려운 밴드씬에서도 자신의 음악적 신념과 소신을 확장시킬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김영소는 "평소 테크닉 보다 멜로디가 주가 되는 제 연주곡들에 '가사를 붙여서 볼 수 있다면 어떨까'를 늘 생각만 해왔다"며 "이번 방송을 계기로 다른 악기와 합주, 특히 첼로와의 합주를 하게 됐고, 그러면서 제 음악적 신념을 성장시켜온 것 같다. 앞으로 자작곡을 낸다면 호피폴라만의 색깔로 세상에 없던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첼리스트 홍진호는 '사람들이 오랫동안 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며 참가 계기를 얘기했다. 그는 "평소 록 음악을 이어폰으로 듣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해왔다"면서도 "하지만 밴드음악이 그렇다는 선입견을 깨고 오히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일 수도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아일은 "진호형과 달리 저는 어릴 적부터 센 록 음악을 많이 듣고 자랐다"며 "그래서인지 곡이 대중성과 거리가 멀어질 때도 있는데, 그때마다 진호형이 체크해주시며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해주셨다. 대회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도왔던 것 같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첼리스트 홍진호. 사진/JTBC
이들은 방송에서 밴드만의 색깔로 편곡한 커버곡들을 주로 선보였다. 앞으로 이들이 선보일 자작곡에도 그들만의 색깔이 묻어 날수 있을까. 드럼과 베이스 등 리듬 파트의 부족분을 어떻게 채울까. 멤버들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답했다.
"대중들이 선호하는 밴드의 선이라는 게 무엇일지 저희도 고민하고 이겨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고정관념이 점차 변화하는 게 음악이고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밴드라는 틀에 드럼이 꼭 있어야 한다, 같은 것 보다는 각자의 뮤지션들이 모여 감동을 줄 수 있고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게 밴드의 선일 수 있다고 저는 생각을 해요."(아일)
아일은 콜드플레이의 음악을 들어 밴드 음악에 명확한 형태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을 더했다. 그는 "콜드플레이도 처음에 나왔을 때 '록이냐'는 외국의 비판 기사가 많이 떴다"며 "그들의 사운드를 보면 EDM적인 측면이 강한데, 4명이 합을 맞추기 때문에 오늘날 밴드로 보지 않나"라고 답했다. 또 "미디 음악을 다룰 수 있는 멤버도 있어 앞으로 디지털 소스를 엮어 더 재미난 것들을 시도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김영소와 홍진호는 각각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만큼, 향후 밴드활동을 꾸준히 이어간다는 게 어렵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홍진호는 "방송을 통해 음악에서의 내 역할이 꼭 주인공이어야만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호피폴라를 위한 일에 조금 더 집중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영소 역시 "혼자 음악을 할 때 기타 한 대 만으로 너무 외로웠었다"며 "함께 공유할 사람들을 찾았던 게 가장 큰 성과다. 호피폴라든, 솔로든 음악 인생에서 꼭 필요한 요소라 생각하기에 열심히 병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맑은 보컬로 드라마 OST 작업에 참여해온 호피폴라 보컬 겸 기타 하현상. 사진/JTBC
호피폴라는 오는 8월 초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 5개 도시에서 열리는 '슈퍼밴드' 전국 투어에 참여한다. 호피폴라와 함께 결승을 겨루던 다른 참가 출연 팀들도 함께 하는 무대다.
홍진호는 "모니터를 하면서 호흡법 등 실수를 돌아보며 준비할 것"이라며 "냉정하게 판단해 투어 때 반영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하현상은 "전국투어에서 방송에서 보여준 호피폴라의 무대 뿐 아니라 결성 전의 모습까지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했다.
호피폴라(Hoppípolla). 아이슬란드어로 '물 웅덩이에 뛰어들다'란 뜻이다. 이제 그들은 관객들이 자신들의 음악 웅덩이에서 위로와 희망을 느끼길 바란다.
"오래 오래 남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위로, 공감, 희망이 될 수 있는 음악을 할 거예요."(아일) "저희의 음악이 음악사에 남았으면 해요. 국내에선 이런 조합이 없고 팀 색깔이 확실하니까, 앞으로도 기대해주세요."(김영소) "한국에서만 활동하겠다고 정해두고 싶진 않아요. 언어적 한계도 두고 싶지 않고, 제 포부니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하현상) "밴드 만의 팀 색깔을 더 확실히 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해볼 겁니다."(홍진호)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