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박근혜·이명박정부 시절 민간인 불법사찰 및 정치 관여 활동을 벌인 정보경찰을 없애라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령 개정 만으로 정보경찰 개혁이 가능함에도 청와대가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참여연대·민주주의법학연구회 등은 18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 출범 후 정보경찰 임무가 전 정부보다 더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면서 "경찰개혁을 강도높게 진행할 것이라 밝혔던 문재인 정부는 소극적인 자세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경찰 본연의 업무와 거리가 있고, 정권을 보위하는 임무를 해온 경찰청 정보국을 해체하고 '정보경찰'을 폐지하는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며 "청와대와 대통령에게 정보국 해체와 정보경찰 폐지를 결단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찰청 정보국의 업무 분장 중 '정책정보의 수집·종합·분석·작성 및 배포'를 명시한 대통령령 '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14조(정보국) 3항 3호에 따라 경찰청 정보국과 각 지방경찰청·일선 경찰서 정보과들은 대학·시민단체 등 민간영역까지 정보수집을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업무 분장 범위가 넓어 권력을 위한 감시 위주로 활동이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정보경찰이 지난 이명박·박근혜정권 당시 국내 정치 개입 및 민간인 사찰 등 불법 활동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며 이에 연루된 강신명·이철성 전 경찰청장이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각각 구속·불구속기소 됐다.
경찰과 달리 국정원의 경우 현 정부 들어 개혁 과정에서 정보수집이 주 업무인 국내정보담당부서와 국내정보담당관(IO)을 폐지했다. 검찰도 지난 2017년 문무일 총장 취임 이후 직접수사를 위해 범죄 첩보를 수집하는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실의 기능을 제한하고 보고체계를 개선하는 등 전면 개편안을 꺼내며 '정보기능'을 줄인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찰로 정보기능이 몰려 또 다른 폐단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정보국 해체와 정보경찰 폐지 등의 경찰개혁은 대통령령 개정만으로도 실현 가능하다는 점에서 청와대의 개혁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민변 사무총장인 송상교 변호사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현 정보경찰 활동 근거는 정보국 직제 때문이니까 이 직제를 수정하면 된다"면서 "설령 정보기능이 필요할지라도 어떤 구성으로 할지 법률로 정한 게 아니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결단을 내리고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에서 계류 중인 경찰개혁 법안이 통과돼야 직제를 바꿀 수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현 국회 상황을 볼 때 불투명하기에 행정적으로 할 수 있는 개혁은 행정적으로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사회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1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보경찰 폐지촉구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