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의약품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의약품은 소비자 선택권이 제한적인 소비재이지만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 일본산을 구분하기 위한 정보공유가 활발하다. 특히 전문의 처방전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이 타깃이 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불매운동이 제약업계로 확산됨에 따라 일부 일본계 제약사들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약과 달리 소비자 선택에 따라 대체 사용이 가능한 만큼 불똥이 튀지 않길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생필품을 비롯한 기타 소비재들을 판매하는 일본계 기업들은 적지 않은 타격 받고 있다. 일본 제품을 구입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불매운동이 식품과 의류, 전자제품, 자동차 가릴 것 없이 전 분야로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연일 강경한 태도로 우리 정부와 대립하며 국민감정을 자극하면서 소비재, 중간재를 넘어 일본여행, 일본영화 등 불매운동 분야도 넓어지는 양상이다.
그 속에도 의약품 시장은 상대적으로 조용했었다. 최근 특정 온라인 사이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일본제품 및 대체재의 정보 공유 속에서도 의약품은 제외됐었다. 일반 소비재에 비해 접근성이 제한됐던 탓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 전문지식을 공유하며 의약품 분야에서도 불매운동이 촉발되고 있다. 지난 16일 한 현직 약사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본약과 해당 품목의 대체품에 관한 콘텐츠 클립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했다. 그러자 해당 영상은 4만회 넘게 조회수가 빠르게 증가하며 인기를 얻었다. 영상에는 "일본약이 생각보다 많았다. 일본약 먹지 말자"라거나 "일본약이 특별히 좋을 게 없다"는 등 불매운동을 지지하는 댓글도 달리고 있다.
영상은 국내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다케다의 '알보칠(구내염)', '화이투벤(두통약)','액티넘(비타민)'과 코와 '카베진(위장약)' 등 인지도 높은 일본산 일반의약품을 거론하며 대체 가능한 국산약을 소개했다. 이후 해당 영상 외 다른 유사 콘텐츠들도 속속 업로드 되고 있다.
이에 일본계 제약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거세지는 불매운동에 매출 타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집중 타깃이 되고 있는 일반약에 비해 전문약을 취급하는 제조사는 논외로 벗어나 있어 온도차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전문약의 경우 의사 처방이 필요해 환자가 약을 선택하는 구조가 아닌데다, 병원이나 의료진들 입장에서도 품목별 처방 코드가 존재하는데 불매운동을 이유로 처방코드를 다시 잡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한 약국에서 환자들이 약품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