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국내 맥주 시장에서 유럽, 중국 등 제품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조처에 따른 불매운동까지 겹치자 일본 맥주 매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편의점 CU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7일까지 일본 맥주의 매출은 전주보다 11.6%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전체 맥주가 2.6%, 수입 맥주가 1.5% 매출이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이른바 '4캔에 1만원' 방식으로 수입 맥주를 판매하는 편의점은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과 비교해 매출 변화가 두드러지는 유통 채널이다. 수입 맥주 시장의 성장세로 소비자 선호도도 다양해지면서 편의점 내 일본 맥주의 영향력도 점차 줄고 있다.
CU가 최근 5년간 수입 맥주의 국가별 매출 비중 변화를 분석한 결과 일본 맥주는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27.5%를 기록해 여전히 1위를 차지했지만, 지난 2014년 38.1%보다 무려 10.6%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벨기에 맥주는 올해 14.0%를 차지해 2014년 9.9%보다 4.1%포인트 증가했고, 순위도 4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벨기에를 포함한 유럽 맥주의 올해 매출 비중은 49.8%로 절반에 가깝다. 중국 맥주는 2014년 4.9%로 7위에 머물렀지만, 올해 매출 비중이 2배가 넘는 10.2%를 달성하면서 3위로 뛰어올랐다.
이러한 선호도 변화는 수입업체 실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중국 브랜드 칭따오와 독일 브랜드 에딩거를 수입하는 비어케이의 지난해 매출액은 1263억원으로 전년보다 7.5% 늘었고, 롯데아사히주류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롯데아사히주류의 지난해 매출액은 1247억원으로 8.3% 감소했다.
중소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맥주 등 일본 제품을 겨냥한 불매운동이 확산하면 매출에 끼치는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마트협회,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등으로 구성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반발해 지난 5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본 제품 판매 중지를 선언했다.
연합회는 "대한민국 중소 상인, 자영업 단체는 과거사에 대한 일고의 반성 없이 무역 보복을 획책하는 일본을 규탄하고, 일본 제품의 판매 중지에 돌입하려고 한다"라며 "이미 일부 소매점에서는 일본 맥주와 담배에 대해 전량 반품 처리하고, 판매를 중지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마트협회 회원사 200여곳이 자발적으로 이러한 운동에 참여했고, 다양한 업종으로 판매 중지 캠페인이 확대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아직 일본 맥주의 판매가 감소하는 것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다"라면서도 "다만 불매운동이 계속되면 수입 맥주 카테고리 내 유럽 맥주, 중국 맥주가 반사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