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젊은 시절부터 손발이 찼던 중년 가정주부 A씨는 최근 들어 부쩍 손발이 찬 증상을 자주 겪었다. 줄곧 그랬듯 수족냉증이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찌는 듯한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한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증상은 더욱 심해지더니 최근에는 손발이 저리고 통증까지 동반됐다. 뭔가 잘못됐다고 여긴 A씨는 생각을 고쳐 병원을 찾았고, 이름도 생소한 '레이노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날씨나 실내기온에 상관없이 손발이 차게 느껴지는 경우 대부분 혈액순환이 안 되거나 수족냉증임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추위를 느끼지 않는 요즘 같은 여름철에도 손발이 심하게 시리다면 레이노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레이노증후군이라면 방치 시 피부색이 눈에 띄게 변하고 피부 괴사를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레이노증후군은 추위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말초혈관이 과하게 수축하며 조직에 산소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돼 손발이 심하게 차고, 피부색이 변하면서 통증이 생기는 병을 말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7년 한 해 동안 레이노증후군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2만명이 넘었으며, 연령별로는 50대 이상이 1만4219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63%로 남성보다 약 1.7배 더 많았다.
레이노증후군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이유는 △임신과 출산, 폐경 등 호르몬의 변화 △가사노동으로 찬물에 많이 노출되는 환경 △하체를 차갑게 만드는 패션 △자궁이나 난소 등 남성보다 내장기관이 많아 내부 장기에 혈액이 몰리는 것 등이 꼽힌다. 출산을 끝낸 여성이나 호르몬 변화가 큰 50대 이상 중년 여성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이유다.
레이노증후군은 유발 원인 유무에 따라 일차성과 이차성으로 나뉜다. 다른 동반 질환 없이 레이노 현상만 발생하는 경우 일차성 또는 특발성이라고 하며, 혈관의 과도한 수축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다. 이차성은 전신성경화증,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등과 같은 다른 류마티스질환과 연관돼 발생하거나, 다른 심혈관계 질환, 약물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밖에 대형 드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공사장 기술자나 건반악기 연주를 통한 진동에 노출되는 피아니스트도 레이노증후군을 앓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안가영 고대구로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레이노증후군은 단순 혈액순환 저하의 문제가 아니라 몸에서 보내는 이상 신호일 수 있다"라며 "증상이 심하다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손발이 차다는 공통된 증상 때문에 레이노증후군과 수족냉증은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레이노증후군은 수족냉증과 달리 일반적으로 손발의 3단계 색깔 변화로 나타난다. 추위에 노출되면 피부가 하얗게 변하고, 다음엔 파란색으로 됐다가 다시 붉어진다. 수족냉증보다 증상이 훨씬 심하며 가려움, 저림, 통증이 동반된다. 해당 증상을 단순 수족냉증으로 여기고 방치할 경우 증상이 점차 악화되면서 심하면 손가락 발가락의 괴사로도 진행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레이노증후군은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일상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여름철에는 에어컨 바람이나 찬물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며 손발을 보호하고,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한다.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여름에도 장갑 또는 두꺼운 양말을 착용할 필요가 있다. 안가영 교수는 "흡연은 말초혈관을 수축시키기 때문에 레이노증후군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금연은 필수"라고 조언했다.
레이노증후군은 수족냉증과 같이 손발이 차다는 증상이 있지만 저림과 통증을 동반한다는 차이점이 존재한다. 사진/고대 구로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