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막걸리업계가 종량세 적용뿐만 아니라 과일 향 등을 첨가한 제품의 유통도 확대되는 방향으로 주세법이 개정되는 것에 반색하고 있다. 이번 개정으로 업계는 내수 활성화와 수출 확대 모두 노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특정주류도매업자가 취급할 수 있는 제품에 기타 주류로 분류된 유사 탁주를 추가하는 내용으로 주세법 시행령을 개정한다. 현행 시행령은 특정주류도매업자가 탁주, 약주, 청주와 수제 맥주 등만을 유통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막걸리와 같은 방법으로 제조됐어도 향료나 색소 등이 첨가되면 기타 주류로 분류되며, 이러한 제품은 소주, 맥주 등을 함께 취급하는 종합주류도매업자가 유통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로 소비자 요구가 있더라도 유통 채널에서 제대로 대응할 수 없어 일반 막걸리와의 매출 시너지가 없었다.
기타 주류에 속한 대표적인 막걸리는 국순당의 '국순당 쌀바나나'와 '국순당 쌀복숭아' 등이다. 일명 '바나나 막걸리'와 '복숭아 막걸리'로 불리는 이들 제품은 현행 주세법에서는 기타 주류에 포함돼 일반 막걸리인 '국순당 쌀막걸리'와는 함께 유통되지 못한다. 서울장수가 생산하는 '막카오', '드슈' 등 막걸리도 각각 카카오닙스, 파인애플 농축액이 들어 있어 기타 주류로 분류된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업계는 환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타 주류를 특정주류도매업자가 유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탁주업계의 숙원 사업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과 맛을 첨가하면 기타 주류로 분류돼 유통이 어려운 개발 제한 요인이 없어져 다양한 막걸리를 생산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된다"라며 "유통 채널에서 소비자 접점이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뿐만 아니라 수출 시장에서도 현지에 맞는 제품이 등장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달 5일 주류 과세 체계를 50여년 만에 종량세로 전환하는 내용의 주세법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대상 주종에 맥주와 탁주를 포함했지만, 특정주류도매업자가 기타 주류를 취급하는 것과 관련된 내용은 다루지 않았다. 이에 종량세 전환이 시급한 수제 맥주업계와는 달리 막걸리업계가 받는 혜택은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왔다.
당시 막걸리업계는 "종량세로 전환하더라도 가격의 영향은 크지 않지만, 고급 재료를 사용해 제조한 제품에 대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라며 "다만 과일 향 등을 첨가한 기타 주류를 일반 막걸리와 함께 유통할 수 있도록 편입하는 내용이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라고 밝혔다.
서울의 한 마트에서 주류 관계자가 막걸리를 진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