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 국내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만전을 기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아직까지 명확한 피해가 확인된 중소기업들이 많지 않지만 향후 예상되는 피해에 선제적으로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번 위기를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해 강한 대한민국으로 발돋움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포부다.
중기부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백색국가 배제 등 일본 수출 규제 대응과 관련한 '중소기업 애로 청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박영선 중기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유관기관 관계자와 부품·소재·장비 분야의 국산화 가능성이 높은 기술 보유 기업 8개사 대표들이 참석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이 6일 '중소기업 애로 청취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박 장관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이번 사태를 "일본이 강제 징용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빌미로 한국을 다시 공격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한국 미래 산업 핵심을 흔들겠다는 계략이 숨어있다고 보인다"며 "위기를 계기로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계기가 됐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까지는 중소기업이 직접적인 피해를 봤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없다"며 "앞으로 있을지 모르는 일에 적극적으로 대비를 하고, 이를 위해 중소기업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논의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박 장관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중기부 산하 전국 12개 지방 중기청에 설치된 일본 수출규제 애로 신고센터에 접수된 의견은 11개로 집계됐다. 그 중 7건은 과거와 달리 일본 측이 불편한 조건을 요구해온다는 등의 간접적인 피해가 있다는 것이었고, 4건은 기업의 건의 사항에 대한 처리를 부탁하는 것이었다. 중기부는 4건의 건의사항 중 3건의 조치를 마쳤고, 간접 피해 사례도 1건은 중기부가 처리, 1건은 소관 부처로 내용을 전달했다. 박 장관은 "앞으로는 단순히 신고센터 접수만 받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인 간담회 등을 통해 계속해서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술 보유 중소기업들은 약간의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심감을 주로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갖고 있지 않은 기술을 보유한 한 참석 기업의 대표는 "기술 개발을 위해 평생을 바치고 마치 고3 수험생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왔다"며 "정부가 조금만 지원을 해준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해 간담회 분위기를 돋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소재·부품 국산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 중 하나는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는 부품 제조사의 경우, 고객사가 원하는 스펙을 맞춰줄 수 밖에 없는데 해외 기업이 굳이 일본산을 배제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같은 품질의 제품이 반드시 일본에만 있는 것은 아니니 다른 나라에도 제품이 있는지 조사를 해보고, 추후 테스트를 해보는 문제 등을 모두 정부가 지원할 계획이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박장관은 또 전일 발표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서 언급한 '대·중소기업 상생협의회(협의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도 재차 강조했다. 6대 업종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협의회는 품목 선정에서부터 공동 연구개발(R&D), 실증 테스트 등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운영·진행한다. 박 장관은 "중기부에서 대기업들에게 국산화를 했으면 좋겠는 부품 리스트를 달라고 요청해 해당 리스트에 적합한 중기들을 찾고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대기업들이 생각보다 우호적으로 응해주고 있다"고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대기업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너무 걱정 없이 수입에만 의존했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리스트 매칭 결과에 따라 상생협력 품목은 당초 추정했던 20~30개에서 더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박 장관은 내다봤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