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해 국내 중소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제적 대응방안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부의 합동 대책 발표, 업계 관계자와의 간담회 등에 이어 각계 전문가들과도 만나 정부의 대응 방안에 대한 고견을 구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8일 오후 서울 남대문 소재 한 식당에서 일본 수출규제 대응과 관련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정책자문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간담회는 지난 5일 발표한 정부합동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일본의 추가 제제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논의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8일 일본 수출규제 대응과 관련해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정책자문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간담회에는 수출규제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높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관련 산업의 정책자문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방순자 전략물자관리원 원장을 비롯해 소재부품장비, 국제통상과 경제 분야 전문가 12인이 참여해 수출규제 대응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중기부는 지난달 일본이 3대 수출 규제 품목을 발표한 직후 향후 정책 방향에 자문을 구할 수 있는 전문가 풀을 구성해 왔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그 중 일부다.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목표가 실현될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그때까지 불확실성과 위기 상황을 참고 견뎌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랫동안 전략물자 인증사업을 지속해 왔다"고 본인을 소개한 방 원장은 관련 중소기업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일본규제 바로알기 사이트가 제작돼 있다"며 "정부 대책, 일본 규제 품목 리스트 등이 전부 등재돼 있으니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들이 차분히 준비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양국의 정치 행위로 기업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을 최소화 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김양희 국립외교원 부장은 "우리가 사용하는 용어들을 선택할 때 면밀히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일본에 수출하는 업체들도 많고 수입을 해 유통하는 업체들도 많기 때문에 그들의 운신의 폭을 줄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기업들이 과도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체계적인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이 발표한 보도자료들을 살펴보면, CP 기업을 활용해 특례에 준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지속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는 것. 그는 "정부가 그러한 사항들을 잘 파악해 전파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중기부가 대책 마련에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도 좋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김종우 변호사는 "우리 정부가 WTO에 제소한다는 상황들 때문에 중기부가 너무 소극적으로 할 필요는 없지 않겠냐"고 말했다. WTO의 국제법이나 국제통상은 자유무역주의에서 국가간 지켜야 할 규범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중소기업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을 받는 부분이 적다는 설명이다. 중기부의 역할이 연구개발(R&D), 시설자금 투자 등과 관련해 중소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지원 업무를 하는 것인 만큼 좀 더 유연하게 대응해도 괜찮다는 의견이다.
이에 박 장관은 "일본 수출 규제와 관련해 중소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대책을 적시성 있게 추진하겠다"라고 답한 후 "중기부는 현장의 애로 및 건의사항을 신속히 파악해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 및 각 분야 정책 전문가들과의 간담회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