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한국은행이 은행권 공동으로 스마트폰 모바일 뱅킹서비스가 시작된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한은이 공동개발에 나선 더 큰 이유는 한은이 스스로 밝혔듯 "투자유인이 낮은 소규모은행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 향상"에 있다. 중소형, 지방은행은 독자적인 앱(application)을 만들 인력과 자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든 은행들이 '평등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까? 상황은 더 악화됐다. 몇몇 은행들이 '금융'을 넘어선 서비스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 GPS+AR, 금융 화두 부상
스마트폰으로 지인들에게 거리에서 송금하는 정도에 "세상 좋아졌다"라고 말한다면 구식이다. 은행마다 경쟁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내놓는 서비스에는 위성항법장치(GPS)와 이를 활용한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이 들어간다. 위성을 통해 자기 위치를 찾고 주변 현실에 필요한 정보를 스마트폰에 덧붙여주는 기술이다.
신한은행은 은행 상품을 가까운 친구에게 소개해주는 SNS(Social Network Service)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아이폰의 유명 앱인 '포스퀘어'를 도입해 위치기반 서비스도 강화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을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은행에서 관련 쿠폰이나 가까운 지점을 안내해주는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지점 찾기 서비스도 업그레이드 된다. 이미 AR을 활용하면 가까운 지점, 현금입출금기(ATM)을 찾을 수 있다. 여기에 지점별 대기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정보를 제공해 고객이 빠르게 은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 증강현실을 통해 가까운 은행지점을 찾는 모습
우리은행은 아이폰을 통해 예적금 가입이 가능한 서비스를 내놨고 특히 통장이나 카드 없이도 ATM에서 돈을 뽑을 수 있다.
이용희 우리은행 U뱅킹 차장은 "기존 뱅킹은 단순 조회와 이체에 그쳤다"며 "신규 금융상품 홍보와 가입채널 확보가 우리은행 스마트폰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도 AR을 통한 아파트 시세 및 매물 정보 확인 서비스를 내놓을 예정이다. 스마트폰으로 근처 아파트를 바라보기만 해도 매물과 시세를 알 수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복부인에게 유용(?)하겠다", "출퇴근때마다 시세 조회하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은 바코드를 활용한 서비스를 준비중이다. 상품의 바코드만 스마트폰으로 찍으면 대형마트, 인터넷쇼핑몰의 최저가를 알려주는 서비스다. 또 ATM근처에만 다가가도 수수료 면제 쿠폰을 스마트폰으로 받을 수 있다.
◇ "은행간 여력 따라 경쟁 더 치열해질 것"
대부분 은행은 신규 스마트폰 서비스 공개를 꺼렸다. 후발은행들이 "베낄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준상 하나은행 신사업본부장은 "근본적으로 철학(哲學)이 다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한 본부장은 작년 11월 아이폰 국내 정식 출시 이전 7월부터 스마트폰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다.
한 본부장은 "은행간 베끼기 경쟁은 결국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다"며 "위치에 기반한 생활밀착 서비스가 먼저고 단순 이체 등의 뱅킹 서비스는 둘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뱅킹 서비스를 넘어선 '색다른 서비스'를 은행권이 준비 중이라는 얘기다.
창구로 오는 고객을 모바일 뱅킹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 장점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놨다.
"오히려 스마트폰을 통해 고객이 은행에 와서 새 상품에 가입하게 될 것"이라며 "금융이 제조사, 통신사와 결합되는 구조가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은행의 관계자 역시 "은행간 스마트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다른 양상이 나타났다"며 "금융을 넘어 신선하고 참신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력에서 은행간 집중도의 차이가 나타나면서 이런 차이가 벌어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 마디로 현재 은행권 스마트폰 서비스 경쟁은 "누가 먼저 뱅킹 서비스를 내놓느냐"에서 "누가 먼저 창조적인 서비스를 내놓느냐"로 전이(轉移)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