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분산원장기술이라고도 하는 블록체인은 중앙화가 아닌 탈중앙화, 분산을 특징으로 하죠. 그런데 블록체인에는 탈중앙화와 거리가 멀어보이는, 관리·통치를 의미하는 거버넌스(governance)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왜 그런건지 살펴보겠습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에는 '거버넌스 카운슬'이 있습니다. IT, 통신, 콘텐츠, 게임, 금융 등 20여개의 글로벌 기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거버넌스 카운슬은 클레이튼의 기술, 사업 등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과 클레이튼의 합의 노드(Consensus Node) 운영을 담당하게 됩니다.
클레이튼의 거버넌스 카운슬은 리브라협회(Libra Association)와 유사합니다. 리브라협회는 암호화폐 리브라 프로젝트의 관리·감독을 위한 의사결정기구인데요. 비자, 마스터카드, 우버, 페이팔, 이베이 등 쟁쟁한 금융·IT기업 28곳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클레이튼과 리브라협회보다 먼저 출범한 게 차세대 분산 원장 플랫폼 헤데라 해시그래프의 '거버닝 카운슬'입니다. 헤데라 해시그래프는 최근 IBM, 타타 커뮤니케이션의 거버닝 카운슬 합류 소식을 전하기도 했죠. 헤데라 해시그래프의 거버닝 카운슬은 올해 2월 발표된 이후 블록체인 플랫폼 운영을 위한 성공적인 지배구조라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1차 거버닝 카운슬에는 글로벌 39개 대기업만이 참여했는데요. 대표적으로 노무라홀딩스, 도이치 텔레콤, 스위스콤 블록체인, DLA 파이퍼, 마가진 루이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거버넌스 카운슬, 협회(Association), 거버닝 카운슬 등 이름은 달라도 결국 의사결정시스템이라는 점에서 같은 의미를 지닙니다. 해당 플랫폼의 코드 업데이트, 노드 정책 결정, 네트워크 참여자 선정 등 다양한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거죠. 각 위원회가 대기업을 구성원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블록체인의 핵심인 신뢰를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해당 기업들이 각 산업 분야에서 쌓은 전문성과 평판을 참여시키는 겁니다. 위원회가 공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하는 기능도 하게 되죠.
각 위원회들을 보면 30여개 안팎의 기업들로 구성돼 있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비트코인의 경우 1만개 이상의 노드가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노드를 보유하게 되면 완전한 신뢰를 담보할 수는 있겠지만 거래, 의사결정의 속도에서는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카카오, 페이스북, 헤데라 해시그래프는 블록체인의 분산화된 합의결정 시스템의 장점을 수용하면서도 플랫폼의 속도, 확장성 문제를 고려해 거버넌스를 운용하는 차선책을 선택한 것입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