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제넥신과 툴젠의 합병이 끝내 무산됐다. 최근 줄지은 바이오업계 악재에 전반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최대 변수로 작용했던 주식매수청구건 행사에 따른 매수대금이 발목을 잡은 탓이다.
양사는 20일 공시를 통해 최근 진행 중인 합병과 관련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한 합병계약 해제 사유가 발생, 합병계약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구주권제출을 비롯한 채권자이의제출 등의 향후 주요일정은 모두 취소된다.
지난 6월 알려진 양사의 합병은 국내 유일의 유전자가위 교정기술 기업과 면역치료제 개발사의 조합이라는 측면에서 기대를 모았다. 면역치료제와 유전자백신에 이어 면역항암제 개발을 진행 중인 제넥신이 3세대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보유한 툴젠을 합병함으로써 새로운 면역유전자치료제 파이프라인 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툴젠 입장에서는 거듭 고배를 마신 코스닥시장에 손쉬운 입성도 가능해지는 등 다양한 시너지가 전망됐다.
툴젠과 제넥신의 이름을 합친 '툴제넥신'으로의 재탄생을 바라보던 합병은 지난달 30일 합병결의안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며 8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였다. 하지만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9일까지 제넥신 보통주 344만2486주와 우선주 146만5035주, 툴젠 보통주 151만3134주가 매수청구됐고 툴젠 측만 1200억원 이상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져 양사 합병이 무산됐다.
양사는 합병발표 당시 매수대금 한계치로 제넥신 1300억원, 툴젠 500억원을 제시했으며, 두 기업 중 한 곳이라도 이를 초과할 경우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주식을 회사가 매입하도록 요청할 수 있는 권리)을 가진 합병 반대 주주들이 회사의 지급 대금 한계치를 넘어선 수준의 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양사 합병이 무산된 배경엔 최근 인보사 사태와 에이치엘비, 신라젠 임상 결과 등에 따른 투심 악화로 하락한 주가가 컸다. 일반적으로 합병 발표 이후 주가가 상승하는 흐름과 달리 최근 악화된 투심 영향을 받아 양사 주가는 발표 이후 하락세를 보였다. 합병의결안이 통과한 지난달 30일 제넥신과 툴젠의 주가는 5만6000원과 6만원이었지만, 지난 19일 5만2500원, 5만3500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양사의 주식매수권 행사가격은 제넥신 6만7325원, 툴젠 8만695원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업계를 비롯한 전반적인 증시 침체에 투심이 악화되며 합병발표 이후 주가 흐름이 당초 예상을 벗어난 측면이 있는 만큼, 양사 합병 무산은 기업 자체의 문제라기 보단 최근 시장흐름의 유탄을 맞은 부분이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양사는 이번 합병무산과 별개로 향후 신약 공동개발 등의 협업을 지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서유석 제네신 대표이사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전체적인 증시 침체로 주식매수청구권이 대량으로 행사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합병이 무산됐지만 추진 과정에서 많은 유무형의 자산과 교훈을 얻었다"라며 "양사는 차세대 신약 개발을 위한 구체적 협력관계가 수립돼 있고 그 첫 번째 결과물로 하이루킨-7 파이프라인과의 시너지를 통해 기존 CAR-T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동종유래 CAR-T 파이프라인들을 구축, 내년 하반기 임상 진입을 목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달 제넥신과 툴젠 합병 결정 이후 서유석 제넥신 대표이사(왼쪽 첫째)와 김종문 툴젠 대표(오른쪽 첫째) 등 양사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넥신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