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암호화폐 상장 기준 정비에 한창인 가운데 폐지 기준 마련에도 분주하다. 안전한 투자환경 조성과 투자자 보호를 내세우는 이면에는 알트코인에 대한 강력한 동력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깔려있다.
26일 블록체인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형 거래소 2곳이 잇따라 상장심사·폐지 기준을 발표했다. 먼저 빗썸은 기존 상장심사위원회를 오는 9월부터 상장적격성심의위원회로 개편한다. 매월 모든 암호화폐가 상장 적격성 여부를 심사받는다. 상장 폐지 대상으로 선정된 암호화폐는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돼 2개월 이내 개선이 없으면 상장이 폐지되는 게 골자다. 빗썸은 이달 말부터는 변호사, 대학교수 등 3~4명으로 구성된 상장 심의 자문단도 운영한다.
코인원 또한 상장심사·폐지 기준을 공개했다. 특히 폐지 기준을 보면 △범죄, 시세조작·시장교란 등의 법적 문제 △제품 개발 진행 미비, 블록체인 기술 부족 등의 기술 문제 △최소 거래량 미달, 거래 지속성 부족 등의 시장성 문제 △프로젝트 팀의 해산이나 파산 등의 팀 영속성 문제 등이다. 이중 최소 한 가지가 해당될 경우 상장 폐지 경고 후 상장 폐지 절차를 진행한다.
코인원에 따르면 올해 초까지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은 20개 미만이었다. 올해 3월 차세대 거래 엔진 '코인원코어(Coinone Core)'를 구축하면서 상장이 대폭 늘어났고, 현재 47개의 암호화폐가 상장돼 있다. 코인원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부터 가시적으로 성과를 보이는 프로젝트가 늘어나 상장이 많이 늘어나게 됐다"며 "상장심사뿐만 아니라 폐지 기준도 있어야 되지 않겠냐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돼 제도를 정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상장심사·폐지 기준안은 상장보다 폐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업계에서는 동력이 떨어져 있는 알트코인에 대한 경고성 의미가 포함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빗썸과 코인원 모두 현재까지 상장폐지는 없었는데, 이번 기준안 마련으로 도태되는 알트코인은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암호화폐업이 비트코인 단일 암호화폐 등락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 되면서 상대적으로 알트코인 시장은 동력을 찾지 못하는 실정이다. 알트코인에 투자한 투자자들 또한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상장 폐지 기준을 공개해 알트코인에 '채찍질'을 가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이후 시간이 갈수록 재단들이 아무 노력을 하지 않아 투자자 손실이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상장폐지는 무조건 폐지하겠다는 게 아니라 심사를 더 깐깐하게 할테니 재단들도 가격 상승, 가치 상상을 위해 열심히 일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장치"라고 말했다.
한편 빗썸, 코인원보다 먼저 상장 폐지 기준을 마련해 실행해온 업비트에서는 지난해 2월 이후 현재까지 개발 진행이 없거나, 실용성을 증명하지 못한 9개의 암호화폐가 상장 폐지됐다. 주요 대형 거래소들이 상장 폐지 기준안을 마련함에 따라 알트코인 옥석가리기는 본격화할 전망이다. 암호화폐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암호화폐 시장이 비트코인 시세만 왔다갔다하는 시장이 됐고, 알트코인은 많이 도태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알트코인이 실용성을 보여주지 못하며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상장폐지 기준안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더 적극적인 개발에 나서라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