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상폐 기로에 놓인 코오롱 티슈진이 인보사 FDA 3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임상 진행 비용 조달이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막다른 길에 놓였다.
지난 26일 한국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를 열어 코오롱티슈진을 상장 폐지하기로 심의했다. 이에 따라 영업일 기준 15일 이후 다음달 18일 안에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 사장폐지 및 개선기간 부여 여부 등을 최종적으로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상장폐지가 확정되면 티슈진은 지난 2009년 2월 상장적격성실질심사 제도 도입 이후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선 첫 상장폐지 사례라는 불명예를 얻게 된다. 이에 따라 티슈진은 물론 관계사인 코오롱생명과학과 모그룹인 코오롱 측 부담이 커졌다. 이미 국내 허가가 취소된 인보사가 사실상 매출의 전부를 차지하는 티슈진과 티슈진 지분을 보유한 코오롱(지분 27.26% 보유), 코오롱생명과학(12.57%) 역시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최근 진행 중인 검찰 수사(인보사 허가 당시 코오롱 측의 허위 자료 사실 인지 여부 확인)와 식품의약품안전처·코오롱생명과학 간 행정 소송 등도 여전한 부담으로 남아 있다. 회사 측 이의제기로 최대 2년의 시간을 버는 것이 가능하지만, 결국 유일한 돌파구는 미국 임상 재개뿐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5월3일 미국에서 진행 중인 인보사의 임상 3상을 중단시킨 바 있다. 당시 인보사의 2액 성분 변경사실이 확인돼 임상 진행을 위해선 추가 자료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코오롱티슈진은 27일 미국 임상 재개를 위해 FDA가 요구한 내용의 응답 자료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에는 세포 특성에 대한 확인시험 결과와 최종제품에 대한 시험 및 품질 관리 시스템 향상 등 시정조치 계획, 제품의 안전성을 평가한 자료가 포함됐다. FDA는 개발사인 티슈진이 제출한 자료를 30일에 걸쳐 검토 후 임상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인보사의 국내 판권을 보유한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달 3일 식약처의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결정 이후 안정성과 유효성은 개발과정에서 모두 검증을 받은 만큼 미국 임상 재개는 문제가 없다며 거듭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현재로선 높은 가능성이 점쳐지진 않지만 모든 사태의 핵심인 인보사의 미국 임상이 재개되면 티슈진은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상황은 물론 현재 진행 중인 검찰 수사와 각종 소송에서 다소 유리한 국면을 맞을 수 있게 된다.
다만 임상 재개 이후에도 넘어야 할 산은 남아 있다. 악화된 투심에 자금조달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임상에 필요한 비용 충당을 해결해야 함은 물론 소액주주와 기존 투약환자, 식약처 등 다수의 상대와 대치 중인 소송에 필요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티슈진 측이 임상 3상 재개를 위한 재원은 현재로도 충분하다고 밝힌 상태지만, 추가 자금조달은 여의치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기심위가 일단 상폐로 심의한 만큼,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활용하는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활용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의로 티슈진 측이 희망을 걸만한 부분은 미국 임상 재개가 유일한 상황"이라며 "상황 자체는 오히려 명료해진 만큼 코오롱 측에선 미국 임상 재개에 총력을 다하고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