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 청문회에 출석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 기업 대표들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인지 여부는 일체 부인하면서, 구체적인 재발방지나 피해자 구제 방법에 대해선 함구했다.
최창원 전 SK케미칼 대표(현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는 27일 오전 9시30분부터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서 "가습기살균제로 피해를 보고 고통을 당한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수사를 받고 기소되는 등 사회적 물의를 빚게 돼 국민 여러분들께도 송구하다"고 말했다.
최 전 대표는 법적인 책임에 대해선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법적으로 책임지기가 어려운 점을 인정해주시길 바란다"면서 "SK케미칼은 상장사이고, 법적인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법적인 책임을 지겠다'라고 하는 것은 또 다른 많은 이해관계자와의 이슈를 만들어낼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채동석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조금 있으면 (재판)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그것에 알맞은 대응을 하고 사회적 책임을 지겠다"면서도 "그 당시 몇몇 분들 때문에 '살인기업', '비도덕적 기업'이 되는 것에 대해 저도 멘탈(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보상에 대해선 "(피해자들과)다시 접촉해 성실히 임하는 자세를 보이겠다며, 대관업무를 전담하는 팀이 없어 계속 바뀌는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현직 임원들도 구체적 혐의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라거나 '잘 모른다'고 일관했다. SK케미칼과 애경산업 회사가 가습기 살균제 사태 대응 협의체를 만들어 운영했다는 의혹에 대해 참여한 사람과 내용을 묻자 양정일 SK케미칼 법무실장은 "공문을 받은 것은 기억나는데 이 내용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채 애경산업 대표이사 부회장은 환경부 서기관이 금품과 향응을 수수하고 애경산업에 내부 자료를 넘겨준 혐의에 대해서도 "이전에는 몰랐고, 오늘 여기 참석하기 전에 보고받았다"고 했다.
이날 기업분야와 관련해 진행된 오전 청문회에서는 최 전 대표, 채 대표이사 부회장, 김철 SK케미칼 대표, 양정일 SK케미칼 법무실장(전무), 이여순 전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최찬묵 김앤장 변호사(애경 자문) 등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 관련 증인 14명이 참석했다. 최태원 전 유공 상무이사, 김창근 전 SK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 노승권 전 유공 바이오텍사업팀장, 고광현 전 애경산업 대표이사 등 7명은 불출석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나와 관련자들의 범죄행위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 등을 요청했다. 또, 가해기업에 안정성 입증 책임과 장기 역학조사를 통한 무한책임 명령 등을 요구했다. 청문에 진행 도중 방청석에서는 고성과 비난이 간간이 나왔다. 오후에는 정부 관계자들을 상대로 청문회가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대상으로 표시·광고법 위반 사건에 대해 처분 불능 상태를 초래한 문제, 환경부를 대상으로는 가습기 원료 물질인 CMIT/MIT 시험 관련 정부의 책임 규명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27일 오전 9시30분부터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2019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가 열렸다. 사진/홍연 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