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내년 나라살림이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000억원으로 확정됐다. 400조 예산을 넘어선지 3년 만에 첫 500조 돌파다. 예산은 작년에 이어 2년째 9%대 증가율을 보이면서 최대한의 확장적 기조를 이어갔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를 열어 2020년 예산안과 2019~2023년 국가 재정운용계획을 확정·의결하고, 내달 3일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국회는 12월2일까지 심의해 처리해야 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7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2020년 예산안' 상세브리핑을 주재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내년 예산 총지출은 513조5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469조6000억원)보다 9.3%(43조9000억원) 확대됐다. 증가율은 내년 경상성장률(물가상승 수준을 반영한 경제성장률) 전망치 3.8% 보다 2배 이상 크다. 내년에도 올해에 이어 경제성장 속도보다 더 빠르게 나랏돈을 풀겠다는 의미다. 특히 2년 연속 9%대 증가율을 보인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8.5%, 2009년 10.7% 이후 처음이다.
다만 내년 세입여건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일시적인 재정적자 확대가 될 전망이다. 실제 내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3.6%로 올해 -1.9%에서 크게 악화된다. 이 또한 2009년 -3.6% 이후 가장 나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 불확실성에 글로벌 경기하강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내년 예산안은 경제활력 회복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담았다"며 "일시적인 재정적자 확대를 감내하면서라도 궁극적으로 적극재정에서 경제성장, 세수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분야별 증가율은 산업·중소기업·에너지가 27.5%로 가장 높았다. 이어 환경 19.3%, 연구개발(R&D) 17.3%, 사회간접자본(SOC) 12.9%, 보건·복지·노동 12.8% 등의 순이었다. 외교·통일 예산도 올해보다 9.2%(5000억원) 증가했다.
늘어난 예산은 혁신성장 가속화와 경제활력 제고를 위해 쓰인다. 특히 내년예산은 핵심 신산업 육성 등 혁신성장 가속화에 집중키로 했다. 실제 제조업 혁신과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산업과 소재부품 등 혁신성장을 위한 중점 투자 예산을 올해 10조6000억원에서 15조9000억원으로 50%나 늘렸다. 연구개발(R&D) 예산 역시 최근 10년내 가장 큰 폭인 17.3%를 증액해 총 24조1000억원을 책정했다.
특히 최근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경제보복조치에 맞서 소재·부품·장비산업의 자립화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도록 이 분야에 올해 예산규모의 2배 이상인 2조1000억원을 집중 투자키로 했다.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 안전망 강화를 위한 복지예산 강화 기조도 이어간다. 전체 일자리예산을 올해보다 21.3% 수준 늘린 25조8000억원을 책정해 취약계층 직접 일자리를 17만개 만들기로 했다. 또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최대한 줄여 나갈 수 있도록 부양의무자 기준을 추가 완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홍남기 부총리는 "내년 예산은 우리 경제에 역동성을 불어넣을 '활력소' 예산, 국민의 삶과 생활, 안전을 지키는 '파수꾼' 예산,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조치에 대한 '돌파구' 예산으로 집약될 수 있다"며 "경제 강국 구현의 발판이 되고 국민의 생활, 삶, 복지, 안전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