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코스피가 1900선 초중반까지 떨어진 뒤 급락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불안한 흐름은 여전하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다시 격화하는 등 악재가 두드러지고 있어 당분간 이런 모습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증시 전문가들은 다음 달 중 코스피가 1900선마저 내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초 2000선이 무너진 뒤 1900 부근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1920~1950 안팎을 오가는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일평균 거래대금은 8조7000억원 정도로 연초 이후 6월까지의 평균보다 7000억원가량 줄어드는 등 투자심리도 위축된 모습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데다 미국의 장단기 금리 역전 등이 겹치면서 안전자산 선호를 부추긴 영향이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일본의 수출 규제도 불안감을 키웠다.
다음달에도 불안한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중 무역협상 악재 완화가 쉽지 않고 본격적으로 경기침체를 반영할 거시지표, 글로벌 기업의 실적 전망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의 투자 매력을 크게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1900이 코스피의 단단한 지지선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거래대금이 감소한 것은 저가매수 심리가 실종됐다는 의미고 경기침체가 현실화하는 상황이라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피의 저점은 1850으로 예상했다.
코스피의 추락은 다음 달 초부터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에 대한 4차 관세 부과가 예정돼 있는데 작년에도 관세부과 직후에 10월 급락세가 나타나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중순까지는 추가 조정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관보를 통해 다음 달 1일(현지시각)부터 3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가운데 일부에 15%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예고했던 10%에서 5%포인트 상향한 수치다. 나머지에 대해서는 12월15일부터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투자자의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 센터장은 "기술적 반등 가능성을 전제로 공격적인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아직 위험하다"며 "우리의 기초체력 변화가 없는지 신중하게 평가하고 진단하는 게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상장사의 하반기 실적 개선세에 초점을 두는 것도 방법이다. 유명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국내 기업 실적은 바닥을 통과하는 중이라 하반기 실적이 증가할 업종과 기업을 미리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며 "2분기 시장 예상치보다 양호한 성적표를 내놓은 업종이나 기업은 실적 신뢰도가 높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영업이익이 상반기보다 늘어날 가능성과 2분기 영업이익과 시장 예상치 괴리율 등을 고려했을 때 실적 신뢰도가 높은 업종은 미디어와 IT하드웨어라고 분석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