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변호사의 블록체인 법률이슈 진단)국내서 비트코인 담보대출 가능할까?

입력 : 2019-09-03 오전 6:00:00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 변호사
암호화폐 대출이 업계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년간 이뤄진 암호화폐 대출 규모가 약 6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성격의 법적 모호성과 급격한 변동성, 전자지갑에 대한 담보권 설정 등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관련 서비스가 점차 출시되고 있다. 많은 사업자가 관련 사업에 뛰어들고 있는데, 사업을 시작하기 전 법적 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 론칭되는 대부분의 서비스는 암호화폐를 대출해주는 것이라기보다 암호화폐를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에 해당한다. 이론의 여지는 있겠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담보로 금전(돈)을 빌려주는 일은 현행법상으로도 가능해보인다. 금전을 빌려주는 것을 업으로 하기 위해서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부업법)에 따라 일정한 요건을 갖춰 관할 기관에 대부업 등록을 해야 한다(대부업법 제3조).
 
등록 요건에는 담보와 관련된 요건은 없고 대부업법에 담보 종류를 제한하는 규정도 없어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를 담보로 받는 대부업은 현행법상으로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물론 대부업 등록조차 하지 않고 이런 행위를 한다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대부업법 제3조, 제19조 제1항). 
 
암호화폐 대출은 가능할까?
 
보다 근본적으로 암호화폐를 대출해 줄 수는 없는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앞선 논의가 1000만원 빌려줄 때 비트코인 1개를 담보로 받는 것이라면, 이번에는 비트코인 10개를 빌려주고 1년 뒤에 11개로 되돌려 받는 것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것이다. 만약 이같은 암호화폐 기반 대출이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면,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여러 금융업들이 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부분은 규제 공백지역이라고 생각된다. 대부업법상 '대부업'은 금전의 대부(어음할인·양도담보, 그밖에 이와 비슷한 방법을 통한 금전의 교부를 포함)를 업으로 하거나 대부업자, 여신금융기관으로부터 대부계약에 따른 채권을 양도받아 이를 추심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대부업법 제2조 제1호).
 
즉 법률상 대부업이란 '금전'을 빌려준 후 추심하는 것 등을 업무로 하는 것이지 '금전 외의 것'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금전이란 말 그대로 돈을 의미하는데, 정부 당국은 암호화폐는 법정화폐나 통화가 아니고 전자화폐도 아니라고 해석하고 있어 암호화폐가 대부업법의 금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암호화폐를 빌려주는 것은 현행 대부업법에서 말하는 대부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 그 결과 이런 서비스를 할 때 대부업법 등록이 필요한지, 실질적으로 등록이 가능한지 모호하다.
 
"규제 공백 불구, 법률적 리스크는 상당"
 
암호화폐를 빌려주는 것이 대부업법에서 말하는 대부가 아니라면 대부업법 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마땅히 규제할 방법이나 법령이 없는 것은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다.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실질적인 규제 공백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른 법률적 리스크는 존재한다.
 
우선 대부업법상 대부업자 또는 여신금융기관이 아니면 대부업에 관한 광고를 해서는 안 되고,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대부업법 제9조의2, 제10조 제1항 제3호). 따라서 만약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암호화폐 기반 대부업을 한다고 광고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또 대부업 등록을 받지 않은 자가 대부 또는 이와 유사한 상호를 사용할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대부업법 제5조의2 제4항, 제19조 제2항 제1호).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상호 등에 대부업을 연상할 수 있는 단어를 사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대부업이라 광고하지 않고 상호에도 대부 내지 유사 용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서 관련 서비스 또한 금전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암호화폐를 빌려주고 그 개수를 기준으로 돌려 받는 서비스라면 대부업법 저촉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를 출시했을 때 현실적으로 이용자들이 사용할 것인지 의문은 있다.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여러 서비스를 출시하기 전에 현행법이 규율하고 있는 범위와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철저하게 확인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금융 관련 서비스의 경우 각종 규제 내용을 철저하게 검토해 서비스를 출시하고, 관련 사업을 운영할 때 형사처벌 등의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정재욱 변호사는 국내 대형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세종(SHIN&KIM)을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주원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다. 주원 IT/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맡으며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핀테크, 해외송금, 국내외 투자 및 관련 기업형사 사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아울러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이사를 거쳐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상임이사(교육이사)로 활동하고 있고,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 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사단법인 블록체인법학회 발기인 및 학술이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 등으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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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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