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해운업계가 2020년 환경규제로 인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체연료인 저유황유 공급부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아왔지만 최근엔 대체연료에 대한 품질 문제가 걱정거리로 떠 올랐다.
가격이 높은 선박용 경유(MGO, Marine Gas Oil)에 비해 저가인 혼합유가 대체연료로 떠올랐지만 선박 엔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선사 중 90%는 2020년 강제화되는 황산화물(SOx) 환경규제를 저유황유로 대체해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다. 환경규제로 선박 연료의 황함량은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강화된다.
선사들이 황산화물 배출규제의 대응방안인 저유황유, 스크러버,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 신조발주 가운데 저유황유를 선택하는 것은 초기 투자비용 없는 장점 때문이다. 특히 항구에 정박하는 기간에 비해 운항 시간이 길지 않은 선박은 굳이 추가로 비용을 투자해 스크러버를 달거나 LNG추진선을 발주할 필요가 없다.
저유황유를 선택하는 선사들이 늘면서 공급과잉 문제와 가격 급등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선사들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번에는 연료 품질이 새로운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해운업계가 2020년 환경규제로 인해 고민이 깊다. SM TIANJIN 호가 부산항에 입항하고 있는 모습. 사진/SM상선
구체적으로 저유황유는 크게 MGO와 초저유황 연료유(VLSFO, Very Low Sulfur Fuel Oil)로 나뉜다. MGO는 0.5% 이하의 규제를 충족하지만 높은 가격이 문제다. 지난 4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MGO 가격은 톤당 평균 603달러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고유황유(IFO380) 가격 421달러와 비교해도 30% 가량 높다. 공급부족 우려에 따른 가격 폭등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선사들 입장에서는 MGO의 높은 가격을 감당하기 힘들다. 수요 만큼 따라주지 않은 공급 상황도 골치거리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MGO보다 공급부족 우려가 크지 않고 가격도 낮은 혼합유(blend oil)로 눈을 돌리고 있다.
혼합유는 현재 선박 연료로 사용되는 고유황유와 황함량이 0.5% 미만인 VLSFO를 섞어 만든 연료로 생산 방식도 MGO보다 간편하다. 당장 MGO 생산량이 많지 않은 만큼 혼합유로 수요를 매우려는 게 선사들의 생각이다. 업계에서는 MGO와 혼합유의 가격이 10~15% 정도 차이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혼합유는 엔진 등 선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선사들은 선뜻 선택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혼합유는 선박 내에서 불순물 등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는 곧 선박 엔진에 부담을 주게 된다. 실제로 혼합유 사용으로 잦은 부품 교체나 엔진 수리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로서는 치명적인 문제로 볼 수 있지만 향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혼합유 사용으로 엔진에 무리갈 갈 수 있다. 엔진메이커들도 다른 연료를 첨가한 혼합유 사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고가 날 가능성이 높고 혼합유 사용에 따른 모든 리스크도 선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