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유라 기자] 내년부터 해양환경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선사들이 고민에 빠졌다. 선사들은 규제에 따라 기존 연료를 저유황유로 대체할 계획이지만 연료비 인상분을 화주가 분담해주지 않을 경우 비용부담을 온전히 떠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선주협회는 이달 초 국내 선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선화주 환경문제 개선비용 분담방안 연구' 최종보고회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한 자리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연료유에 포함된 황성분을 기존의 3.5%에서 0.5% 이하로 규제했다. 이에 선사들은 △배기가스 세정장치 스크러버 장착 △저유황유 대체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 신조발주 등의 대응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당장은 연료를 저유황유로 대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스크러버나 LNG연료추진선은 초기 투자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규제 강제화후 저유황유 사용량이 대폭 늘어날 것을 예상. 향후 증가할 부대비용 수준과 선화주 상생방안 등을 분석했다.
그러나 저유황유는 연료비 부담이 커지는 단점이 있다. 연료비는 선박 운항비용 중 20~30%를 차지한다. 올 2월 고유황유는 톤당 400달러, 저유황유는 600달러 수준이었으나 규제 발효후에는 수요 급증으로 가격이 더욱 뛸 수 있다.
이는 곧 선사들에게 비용 부담 가중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유류활증료(BAF) 인상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해외 컨테이너선사의 경우 BAF를 조정하고 일부 연료비 부담을 화주에게 전가시킬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근해 컨테이너선사는 유가 변동과 상관없이 BAF 수준이 고정돼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항로별 적절한 BAF 설정이 매우 중요한 과제고, 이에 대한 선사와 정부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화주는 기존의 BAF에 저유황유 사용에 따른 연료비 부담을 일부 분담하고, 선사는 화주에서 화물을 우선 적취해주는 방식을 통해 상생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SM상선
하지만 보고서 주장대로 화주들이 인상분을 실제로 분담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선사는 외부적으로 결정된 연료비용을 운임에 귀결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하지만 화주는 정확한 비용계산 방식이 없는 만큼 비용 증가 배경 등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는 연료비 증가분을 온전히 선사가 떠안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당장 선박 운영자금 확보 압박에 시달리는 일부 선사들은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사마다 저유황유로 대체시 운임이 얼마큼 인상돼야 한다는 기준이 있을텐데 현실적으로 운임에 반영될지 의심스럽다. 결국 화주가 받아들이냐의 문제기 때문”이라며 “공급과잉으로 운임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당장 2~3개월의 선박 운영자금 확보에도 압박을 받는 선사들에게 연료비용 부담 가중은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유라 기자 cyoora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