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스코프)애경, 국적항공사 간판 바꾸나…아시아나 합치면 대한항공 머리 위

복합쇼핑몰·호텔 연계 시너지도…부족한 현금이 인수 관건

입력 : 2019-09-04 오후 3:06:08
[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애경그룹이 대한민국 항공 왕좌를 노린다. 기존 제주항공과 합쳐질 경우 대한항공을 뛰어넘는 국적항공사로 퀀텀점프하게 된다. 항공사업을 중심으로 유통업과 시너지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합쇼핑몰, 호텔사업과 연계 서비스를 구축할 경우 고객 유치에 기여할 것이란 기대다.
 
애경그룹 본사. 사진/뉴시스
 
4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예비입찰 참여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인수를 추진 중이다.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통매각' 원칙에 따라 자회사인 '제주항공'을 필두로 아시아나항공, 에어서울, 에어부산 3개 항공사를 모두 인수하게 된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69250억원으로, 애경그룹의 항공운송사업부문 매출 12594억원과 합하면 7~8조 가량의 규모가 된다. 아울러 항공업 시장점유율도 크게 높아진다. ‘에어포탈 항공시장동향 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반기 기준 제주항공의 국내선 및 국제선 시장점유율은 각각 14.7%, 9.2%이다. 아시아나항공의 2019년 반기 기준 시장점유율은 국내선 19.5%, 15.1%, 두 항공사가 합쳐질 경우 국내선과 국제선에서 대한항공을 뛰어넘어 점유율 1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산업은 진입이 어려운 만큼 인수로 규모를 키우면 운영 노하우를 얻게 된다"라며 "항공기 리스 등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등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이라고 설명했다.
 
애경그룹의 사업부문별 포트폴리오에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항공운수부문의 매출을 큰 폭으로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사업부문별 매출액 현황에선 '화학부문' 매출이 16265억원으로 재무 현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항공운송부문 12594, 생활용품·화장품부문 6996, 백화점부문 4537, 부동산부문 913억원 등의 순이다. 항공사업 인수 시에는 항공운수부문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무엇보다 애경그룹의 항공사업 강화는 기존 유통사업의 침체를 상쇄하고 부문별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애경그룹은 AK플라자 구로점 폐점 등 백화점 사업이 침체를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백화점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3.8% 감소했다. 생활용품과 화장품 사업을 담당하는 애경산업의 2분기 영업이익도 6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5% 감소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다. 애경그룹의 주요 화장품 판매 채널인 '홈쇼핑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2.3% 감소했으며, 광고비 부담도 높아져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항공사업 강화는 유통업의 연계성을 높여 고객을 확보하는데 시너지를 낼 기회다. 실제로 애경그룹은 지난해 사업 다각화를 위해 애경의 상권특화 복합쇼핑몰 'AK&홍대'에 제주항공에서 운영하는 호텔 '홀리에디 인 익스프레스 서울홍대'를 입점시켜 투숙객을 위한 식음료(F&B) 바우처를 제공하는 등 협업을 꾀했다. 특히 공항철도와도 연결돼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만큼, 항공사업과 연계된 서비스로 차별화를 시도할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애경그룹의 현금성 자산이 4000억원에 못 미쳐 인수 자금 마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8063(지분율31%, 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인수 자금은 15000~2조원 안팎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경그룹은 부족한 인수 자금 충당을 위해 재무적 투자자(FI)를 유치하는 방식 등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659.5% 수준인 만큼 '승자의 저주'를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일각에선 실제 매각이 목표가 아닌 실사 자료 확보를 위해 인수전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금호산업은 한 달가량 본실사를 실시해 우선인수협상 대상자 선정해 연내 매각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말까지 주식매매계약 체결 시 매각이 최종적으로 성사된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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