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김경규 농진청장 “‘농업 디지털 혁신’ 선두에서 어려움 타개할 것”

미생물·장기이식·곤충·종자산업…농업 성장 핵심사업 이끌어
대일본 수출농업 영향 '미미'…스마트 인프라 구축해 고부가가치 창출

입력 : 2019-09-05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농촌이 달라지고 있다. 고령화, 인력 부족, 수급 불안, 생산성 둔화 등 농업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으로 '스마트 농업'이 농가의 소득 향상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또한 스마트 농업을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예산을 올해 3067억원에서 내년 3857억원으로 25.8%나 증액했다. '스마트 인프라'를 통해 농업 경쟁력을 높이고 농어촌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발맞춰 농업 디지털 혁신의 선두에는 농촌진흥청이 서있다.
 
김경규 농진청장은 작년 12월 취임 후 '농업의 디지털 혁신'을 집중적으로 추진해 왔다. 우수한 재배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강점을 활용해 생산성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미래 농업으로 전환하겠다는 큰 뜻을 품고 서다. 김 청장은 "우리나라의 앞선 ICT 기술과 융복합 해 농업의 디지털 혁신과 미생물 등 미래 성장 동력원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라며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돼 농가 소득 향상뿐 아니라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은 <뉴스토마토>와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앞선 ICT 기술과 융복합 해 농업의 디지털 혁신과 미생물 등 미래 성장 동력원을 적극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진/농진청
 
농업의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 중 스마트팜과 관련한 성과들은 무엇인가.
 
스마트팜은 온실과 축사 등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원격·자동으로 작물과 가축의 생육환경을 적정하게 유지·관리할 수있는 농장을 말한다. 농촌진흥청(농진청)은 2014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스마트 농업 보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모바일 앱으로 온실·축사의 온·습도 등의 환경을 원격으로 제어하는 등 편의성 위주의 스마트팜 기술 개발·보급은 1세대다. 작물의 최적 생육을 위한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병해충 인식기술 적용이 2세대에 해당한다. 현재 이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남 화순군의 한 토마토 농장은 ICT로 확보한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생산량이 83.5%나 늘었다. 개체별 사료·음식 등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전북 장수군의 양돈농장은 100두 기준 농가소득이 6400만원 증가했다. 편의성뿐 아니라 생산성까지 높이고 있는 것이다.
 
폭염을 극복할 수 있는 스마트 온실 사업도 추진중이라고 들었다.
 
스마트 온실은 날씨가 더울 때 온실의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 작물이 폭염 피해를 보는 점을 감안해 개발한 신개념 온실이다. 사막처럼 더운 곳에서도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셈이다. 한국의 경우 기후온난화로 여름철 폭염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스마트 온실은 민간에서 개발한 고온 극복 기술의 현장 보급 가능성과 채소·과수·화훼 등 적용가능 작물 등을 실증하기 위해 지은 시설이다. 스마트온실은 일반적인 광폭 비닐 온실(폭 22m, 높이 7m)보다 높이와 넓이를 확대(폭52m, 높이 16m)하고, 안개분무시설을 설치해 여름철내부 온도를 획기적으로 낮췄다. 또한 작물 지하부의 정밀한 환경 제어를 할 수 있도록 양액시스템을 설계했다. 7월말 준공식을 열었고 현재 장미와 딸기를 시험재배 중이다.고온 극복 혁신형 스마트 온실이 기후변화에 대응해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하겠다.
 
정보기술(IT)이나 바 이오기술(BT)을 접목한 생명공학과 생명자원도 미래 농업의 성장을 위한 핵심사업으로 꼽힌다.
 
농작물, 미생물, 곤충 유래 기능성 식품 등 농업생물자원을 활용한 고부가 식의약 소재개발에 힘쓰고 있다. 국산 새싹보리를 이용한 간 기능 개선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했다. 이는 알코올성 지방간은 26% 떨어뜨리면서, 농산물 부가가치는 35배 향상시키는 식품이다. 특히 주목받는 분야는 미생물이다. 그간 미생물은 식품과 생물농약 등에만 제한적으로 이용됐는데 최근에는 병해충방제,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을 해결할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과수화상병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치료제가 없는 전염병을 치료할 때 미생물을 활용한 연구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간 축적한 연구결과와 관련정보를 기반으로 미생물의 활용분야를 확대하고, 농업미생물 분야를 미래 농업의 핵심 원천 기술로 활용할 것이다.

돼지를 이용한 장기이식 연구, 곤충산업 등도 주목받고 있다.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가.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수는 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안다. 공여 장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대체 가능한 이종 장기 개발이 필요한 이유다. 돼지는 인간과 생리적 특성이 비슷해 인간에 장기를 제공할 수 있는 최적의 동물이지만 면역거부반응 등 부작용을 해결할 연구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중국의 경우 2015년 이종장기이식이 법적으로 허용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2012년 건국대병원과 공동으로 급성 면역거부반응 제어 돼지인 ‘믿음이’의 심장과 각막을 원숭이에 이식한 바 있다. 이식 후 심장은 60일, 췌도는 180일, 각막은 720일까지 건강하게 생존했다. 다만 심장은 세계 심장학회 권고기준이 90일 이상 생존해야 임상시험 적용이 가능하다. 이에 앞으로 이종이식이 가능한 형질전환 돼지를 안정적으로 생산해 공급하려고 한다.
 
지난달 ‘첨단재생의료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첨단재생의료 연구개발이 활발해지게 된 만큼 조직·세포 이용 분야는 3년 이내, 심장과 신장 등 고형장기 분야는 10년내 가시적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 
 
또 곤충의 경우 최근 식용뿐 아니라 의료용, 화분매개용, 학습애완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국내 곤충생산 농가수가 2년새 2배 가까이 늘어났다는 점은 그만큼 관심이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농업 경쟁력을 갖추려면 종자산업 육성이 중요한데 어떤 계획을 갖고있는가.
 
‘한 알의 종자가 세계를 바꾼다’는 말처럼 종자는 인류의 먹거리를 책임질 중요한 열쇠다. 문제는 지난 10년간 세계종자시장은 약 1.5배 성장한데 반해 국내시장은 정체돼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국의 종자시장은 세계시장의 1%에 불과하다. 종자는 앞으로 의약, 바이오에너지, 재료산업 등 첨단기술이 융복합된 농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분야가 될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도 내년까지 종자수출 2억달러로 높이기 위해 민간육종연구단지를 김제에 조성해 시설·장비, 육종포장 등 첨단 연구인프라를 지원 중이다. 진흥청에서 보유중인 종자자원수는 25만5000점이다. 미국, 중국, 인도, 러시아에 이어 5번째로 많다. 올해부터는 보유한 유전자원을 산학연 공동으로 평가해 우수자원을 발굴하고, 종자산업체에 자원과 정보를 제공하려고 한다.
 
김경규 농촌진흥청장(오른쪽 첫번째)이 지난달 말 제주도 감귤농협 모수원을 찾아 감귤무병묘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농진청
 
최근 한일 관계 악화로 대 일본 수출농업 분야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은데, 어느 정도나 영향을 받을까.
 
올해 농식품 수출액 69억달러 중 일본은 13억8000만달러(20%)가 예상된다. 현재까지 한일관계 경색이 농식품 분야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양국의 수출입규제가 농식품 부분으로 확대될 경우 피해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수출규제 품목과 내용이 없어 피해 추정이 곤란하다. 일본 수출품목 중 토마토, 인삼 등은 소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치류와 화훼류 등은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일단 진흥청은 수출유망품목 발굴 육성과 농약 안전성 교육 등 수출 전 단계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지원하려 한다. 최근 2년간 농약잔류 위반사례가 없지만 파프리카, 토마토 등 일본 수출 농가별 아이디(ID)를 부여하려고 한다. 무엇보다 농진청은 점차 강화되는수출규제에 사전적으로 대응하고, 농식품 수출 산업이 성장할 수 있게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앞장서겠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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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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