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지난 7월 이른바 '호날두 노쇼' 사태를 낳은 유벤투스의 방한 경기는 국내 축구팬들에게 '재앙'이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출전을 굳게 믿고 경기를 관람하러 온 팬들은 단순히 티켓값을 날린 게 아니라 마음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유벤투스와 호날두의 진정성 있는 사과도 받지 못한 팬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번 경기를 관심 있게 지켜보며 팬들의 소송을 대리하게 된 김민기 변호사를 지난 2일 인천의 사무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김민기 변호사가 지난 2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민기 변호사
'호날두 노쇼' 피해 축구팬들의 집단소송 대리인으로 나서게 된 계기가 있었나.
우선 나도 그 경기에 가고 싶어서 티켓을 구하려고 하다가 일 때문에 너무 바빠 결국 못 끊었다.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본 뒤 언론보도와 댓글을 보면서 격앙된 반응에 공감했다. 다음날 지인으로부터 네이버버 '호날두사태 소송' 카페 매니저분이 나와 통화를 하고 싶어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쪽에서 소송에 참여할 인원을 모집하고 있는데, 법률지원단장을 맡아줄 수 있냐고 하셨다. 나도 관심 있게 본 내용이라 승낙하게 됐다.
소송 준비는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1~2차 소송 청구는 이미 진행됐고 앞으로 250명에서 300명 정도가 3차 소송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번에 소송이 다 이뤄지면 편하겠지만, 축구 팬 대부분이 생업에 종사하다 보니 언론 보도를 보고 신청하는 분들도 있어서 인원이 계속 달라진다. 다른 법무법인에서도 비슷한 소송을 추진하고 있는데, 저희 사건을 포함해 한꺼번에 같은 재판부에 배당돼 기일이 열리지 않을까 싶다. 7월26일 꼭 경기가 열려야 했는지 밝혀져야 책임 주체도 드러날 것이다. 무리하게 일정을 끌고 갔다는 거 자체에 사정이 있다고 본다.
원래 스포츠에 관심이 있었나.
해외축구를 좋아해 항상 누가 방한한다고 하면 직접 경기장을 찾았다. 데이비드 베컴, 박지성, 리오넬 메시 등이 방한했을 때 모두 경기장을 찾은 기억이 난다. 직접 운동하는 것도 좋아한다. 특히 축구나 스노보드를 직접 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주로 축구 게임을 하면서 직접 움직이지 못하는 마음을 풀고 있다.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무리한 개최에 있다고 본다. 주최사 '더페스타'가 경기를 열 능력이 안 된 것도 문제지만 더페스타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여러가지 요소를 분석해 경기를 여는 게 가능한지 팬을 위한 경기를 할 수 있는지 분석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고 경기 개최만을 생각했다. 일정 자체가 말이 안 됐다. 어떤 팬은 싸인회에 당첨돼 거기 갔다가 취소되니 부랴부랴 경기장으로 왔는데 유벤투스는 지각했다. 경기가 시작해도 자신들이 보러온 선수는 나오지도 않았다. 경기가 끝나고 지방 사는 분들은 기차 예약한 게 어그러져서 경기장 근처 찜질방에서 자려고 했더니 이미 만원이고 이런 경우가 상당히 많다. 소송이라는게 보통 1년 걸린다. 소송 절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 많기에 접수하면 바로 결과 나오는 걸로 아는 분들이 많다. 어디든 입장 표명을 해줘야 조금이라도 안심하고 기다릴 텐데 그런 게 없으니까 이런 분 입장에서는 더 분통이 터지는 거다.
김 변호사가 지난달 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송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부담 되지는 않나.
많은 분의 관심을 받는 사건을 대리하게 돼 어깨가 무겁다. 솔직히 변호사로서 이번 사건의 경우 홍보가 잘되니 내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나도 호날두 팬으로서 이번 소송에서 지면 앞으로 축구라는 스포츠를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개인마다 관심 있는 취미가 있는데 이런 부분을 영영 잃게 되면 안그래도 살아가기 힘든 세상에 정서적으로 힘들지 않을까 싶다. 소송에서 지면 사람들은 호날두, 더페스타, 프로축구연맹 외 나도 생각나지 않겠나. (웃음) 상처받은 팬들을 위해 꼭 승소해 돈을 집행하는 것까지 해드리려고 한다. 축구팬들에게도 '사실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관심 있게 바라봐주시고 응원해달라.
5년 차 변호사다. 법조인이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 법조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당시 건설업을 하셨던 아버지가 건물을 다 지어주고 준공허가까지 받았는데 공사대금을 못 받아 변호사들이었던 건축주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졌다. 집안이 휘청거릴 정도였는데 당시 형편상 변호사를 쓸 수 없어 아버지 혼자 모든 것을 진행했다. 세세한 법리적인 문제는 직접 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집안에 변호사가 있어야 된다는 생각과 함께 아버지 같이 법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변호사 꿈을 꾸게 됐다. 원래 법대를 가고 싶었는데 수능 성적 영향으로 고려대 공대로 진학한 후 취직을 목표로 하다가 로스쿨 제도가 생겼다. 여기에 다시 도전해봐야겠다고 생각해 학점 관리를 한 뒤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변호사 2만명 시대, 어려움은 없나.
크게 어려운 점은 없다. 변호사가 늘어나는 만큼 국민의 법에 관한 의식 같은 것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가령 개인간 차용증 쓰는 것에 있어서 이전에는 메모지에 그냥 썼는데 지금은 가까운 변호사 사무실을 방문해 상담을 받으면서 작성하는 사례가 많다. 변호사가 늘어난다고 해서 일부 변호사들은 어려울 수도 있지만, 국민의 법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지고 의식도 성장하는 거 같아서 그렇게 크게 어려움이 발생하지는 않는 거 같다.
앞으로 포부나 꿈이 있다면.
앞서 말했다시피 내가 처음 법조인이 되기로 결심한 계기 자체가 집안에 정말 변호인의 도움받아야 할 상황 때문이었다. 현재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1회성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정기적인 무료 법률 서비스다. 대한변호사협회 등에서 이전부터 추진하는 정책이긴 하나, 매달 직접 사연을 접수해서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한 달에 한 건씩 무료로 도움을 주려고 한다. 또 단체에서도 불러주면 무료 법률 상담을 하려고 한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