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축산업 발달과 함께 성장해 온 동물의약품 산업은 최근 '펫팸족(반려동물을 살아있는 가족과 같이 귀중한 존재로 여기는 사람들)'의 급격한 증가로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과거 대부분을 차지했던 축산농가 수요 역시 여전히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중심축을 잡고 있지만, 반려동물 관련 수요 역시 급격히 성장하며 또 다른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육류 수요와 반려동물가구 증가는 연 평균 6%의 성장률을 보이며 오는 2023년 43조원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한다. 최근 제약바이오산업을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지목한 국내 역시 동물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다. 국내 대표 동물의약품 전문업체 우진비앤지 강재구 대표를 만나 동물의약품 산업의 동향과 향후 전망,사업 특성 등에 대해 들어봤다.
회사 설립부터 현재 영위 중인 사업 등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한다
동물의약품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1985년 '과학축산'을 설립해 1996년 '우진', 2001년 '우진비앤지'로 상호를 변경해 사업을 유지해오고 있다. 동물의약품을 전문으로 다국적 기업 원료를 수입해 독점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케미칼 항생제 위주로 판매해왔다. 김치나 된장 등 발효기술이 뛰어난 국내사가 원료가 되는 발효제품을 수입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쉬워 80년대 중반부터는 미생물발효기술을 개발, 자체적으로 수급했다.
1996년도 GMP 설비 승인을 받아 미생물 발효기술을 기반으로 항생제 대체제로 면역증강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한 뒤 2005년부터 해외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해당 사업들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원천기술인 발효기술을 가지고 동물용뿐만 아니라 농업(친환경 농자재)쪽과 인체원료 의약품까지 영역을 확장 중이다.
최근 해외를 비롯한 동물의약품의 전반적인 트렌드는 예방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 백신에 대한 요구가 많아 직접 백신공장 건립을 결정했다. 지난 2004년부터 설립 시작해 유럽 GMP를 기준으로 2017년 완공해 제품 생산 및 판매를 진행 중이다.
축산업 발달과 함께 국내 역시 2017년 기준 600개 이상의 기업들이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심화된 경쟁 속 우진비앤지의 강점을 꼽자면
과거에는 주요 백신업체라고 해야 5개 정도였다. 이는 정부조달 사업만 해도 수익률에 문제가 없어 시장 점유율이 높지만 크게 연구개발이 필요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회사의 경우 트렌드에 맞춰 연구개발 무게감을 꾸준히 늘려온 탓에 경쟁력이 쌓인 케이스다. 덕분에 현재 시장 상황에 맞게 적재적소에 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쌓였다고 생각한다.
향후 중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사업은
기존 케미칼이나 면역증강제들은 시장이 더 이상 커가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 케미칼은 감소, 백신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백신은 이번 한번만 하고 마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게 나타나고 없어지고 하는 경향이 있어 지속적으로 연구개발 중이다. 구제역, 조류독감,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등은 예전에도 있었는데 그 당시 크게 이슈가 되지 않았던 것뿐이다. 변이가 되면서 새롭게 퍼지다 보니 이슈가 되는 건데 이미 쓰이고 있는 제품들은 계속 자체 제품으로 개발해서 판매를 하되, ASF 등은 지금부터라도 학계와 연계해 연구개발할 계획이다.
동물용 의약품 시장은 향후 잠재력이 풍부한 시장으로 평가된다. 해당 시장 전망에 대한 평가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국내사 경쟁력에 대한 생각은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의 건강보다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람이 직접 육류를 섭취하는 만큼 제일 중요한 영역이기도 하다. 육류로 사용하기 위한 가축에 안정성 있는 약을 써야 사람에게도 공급이 안정적으로 된다. 전반적으로 폄하되는 면이 있어서 그렇지 동물의약품 기술이 결코 낮은 기술은 아니다.
최근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이 발전해 나가면서 축산업이 구식 산업으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더 성장할 업종이라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단백질 섭취를 위해선 축산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보조적인 영양시장도 지속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동물의약품 시장은 '토탈 사이언스'다. 가축이 가장 경제적으로 적절한 비용을 들여서 적절하게 생산해야 되는 부분이 중요해질 것이고, 그에 맞는 의약품이나 백신이 있어야 생산효율이 높아진다.
개인적으로 동물의약품 산업이 6~7차 산업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농업의 경우 1차 산업인데 최근 식물들을 빌딩에서 키우고 첨단 기술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축산 역시 그렇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환경뿐만 아니라 거기에 맞는 의약품 보조제 등이 프로그램화 돼야 잘 자라고 적절하게 고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작지만 계속적으로 큰 시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강재구 대표는 1차 산업인 농업이 스마트팜 등과의 결합에 한 발 나아갈 수 있었던 것 처럼 동물의약품 역시 축산 영역이 아닌 진보한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진/우진비앤지
정부 역시 최근 산업 성장에 따라 관심을 두고 있다. 사업을 영위하는 입장에서 제도적 지원에 대한 필요성은
10여년 전부터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원하기 시작한 것은 분명하다. 동물의약품의 경우 사업 전체적인 규모가 작아서 보이지도 않고 농업부분에 작게 붙어있었는데 최근 전반적인 수출이 작년까지 2~3조원 늘어난 상황이다. 회사의 백신공장 역시 농림부의 지원자금도 있었고, 동물의약품은 수출산업 육성군으로 포함됐다. 업계 입장에선 규제완화 측면에 관심을 좀 더 가져주면 보다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인해 동물의약품 관련 기업들이 부각되기도 했다. 눈여겨 살펴봐야하는 요소는
예를 들어 구제역이 터졌을 경우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확 올랐다 빠지기 쉽다. 하지만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해당 백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각 기업의 사업구조를 면밀히 확인해 실제로 백신이 있거나, 개발을 진행 중인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ASF는 전 세계적으로 백신제품이 없었다.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슈가 안 돼 개발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고 이제는 개발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백신 개발에 돌입하면 최소 3년 이상은 걸리는데 해당 기업이 관련 경험이 있는지 다른 파이프라인은 어떤 것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순간적인 단기 이슈에 업계가 주목받는 것은 중장기적으론 신뢰도 저하를 불러올 수 있어 산업의 건전한 성장을 바라는 입장에서 달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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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비앤지 소속 연구원이 동물의약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우진비앤지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