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탈모치료제 시장 내 외산 양강체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산 치료제 개발이 시동을 걸고 있다. 아직 개발 초기단계인 만큼 제품 출시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제약사 제품이 장악 중인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탈모치료제(처방약) 시장 1위는 209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MSD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가 차지했다. 프로페시아와 시장 양대산맥을 형성 중인 GSK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는 17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지난 2000년과 2009년 국내에 출시된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는 줄곧 국내 시장 절대강자로 군림해왔다. 두 제품이 양강 체제를 유지한 지 10년여가 지났지만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8.9%, 23.4%씩 증가한 매출을 기록, 견고한 입지를 유지 중이다. 이미 시장 내 다수 복제약이 쏟아져 나온 상황 속 성과라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젊은 탈모 인구가 늘어나면서 처방약 수요가 증가했고, 발사르탄 사태 이후 환자들이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호하는 성향이 짙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두 의약품이 급여적용이나 약가인하 등을 통해 복제약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 것 역시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하위 국산 제품들과의 격차도 상당한 편이다. 프로페시아 복제약인 JW신약 '모나드'와 한국콜마 '마이페시아'가 29억원, 19억원의 매출로 4·5위에 올랐지만 3위 MSD '프로스카(82억원)'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시장을 장악 중인 글로벌사 제품에 도전할 국산 제품에 대한 관심도 쏠리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기존 대표 성분이 아닌 각 사별 특화된 치료제를 통해 완전히 정복되지 않은 탈모시장을 공략 중이다.
JW중외제약은 세포 사이 신호전달경로를 활용해 모발 재생을 유도하는 신개념 탈모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관련 원천기술을 보유한 JW중외제약은 현재 해당 치료제에 대한 전임상 시험을 미국 펜실베니아 의대와 공동으로 진행 중이다. 내년 상반기 임상 1상 돌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활용한 탈모 치료법을 모색하고 있다. 나보타는 지난 2월 미간주름을 적응증으로 국산 보툴리눔 톡신 최초로 미국 품목허가를 획득한 제제다. 박병철 단국대병원 교수가 제시한 '나보타가 모유두세포에서 형질전환증식인자를 억제할 수 있다'라는 가설을 기반으로 연구자 임상을 진행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탈모치료제의 경우 완전한 치료제가 없는 상태에서 억제제들이 일찌감치 시장을 장악한 만큼 새로운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는 회사들은 기존 치료제들이 사용한 성분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기전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대웅제약 연구원들이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대웅제약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