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내달 2일 열리는 환경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석유화학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여수 국가산업단지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 조작사건에 대한 집중포화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국회 환노위는 지난 20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정감사계획서를 의결하면서 출석을 요구할 기관증인 외 일반증인과 참고인 명단을 추렸다. 이 중엔 오염물질 배출 주요기업으로 LG화학·한화케미칼·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 여수공장장들이 대거 포함됐다. GS칼텍스 측에선 고승권 전무가 출석키로 한 상태다.
23일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해당 업체 관계자를 증인으로 신청한 의원실은 국민 건강권에 위협이 되는 행위를 한 만큼 그 심각성을 지적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사후 대책이 잘 마련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환경 관련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강조할 방침이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실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국민 건강권을 위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지탄받을 행동인데 재판 중이란 이유로 시민과 협의도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재판결과와 상관없이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로 지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실 관계자는 “재발방지 대책을 중심으로 잘 되고 있는지 점검하려 한다”면서 “아직까진 밤에 가면 대기오염이 심하고 미세먼지도 심하다는 제보가 들어오는데 업체 입장도 들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실은 “중요한 대기업에서 ‘조작’을 했다는 부분에 있어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업의 입장을 확인하려 한다”고 했다.
지난4월18일 GS칼텍스 여수1공장앞에서 여수환경운동연합 등 전남환경운동연합소속 7개 단체가 대기오염물질배출 석유화학업종 기업 규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해당 기업들은 국회 질의에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밝혔지만, 재발방지 대책 수립과 시행 여부에 대해서는 "산단 협의회 차원에서 아직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LG화학 관계자는 “문제가 불거진 당시 재발방지 차원에서 일단 해당 생산시설을 폐쇄하기로 하고 바로 폐쇄를 진행했다”며 “자가 측정 관련 업무원칙을 재정립하고 관리감독을 엄격하게 한다는 내용의 기업 차원 대책을 마련했지만 협의회 차원 대책은 아직 수립 중”이라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과감한 시설 투자와 지역민에 대한 사과 및 재판 결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과 배상 등이 논의 중”이라면서도 “협의회에서 공통적으로 진행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관계 기업이 많은 만큼 합동 대책을 내놓겠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여수시와 전라남도, 영산강유역환경청 및 지역주민, 사회단체, 전문가, 지역의원 등으로 구성된 ‘민·관 협력 거버넌스 위원회’도 운영 중이다.
배출농도 조작 사태는 명백한 잘못이지만 측정업체 민영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이 문제였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원래 시스템은 잘 돼 있는데 실무자들이 업무 편의상 검사업체와 유착이 된 문제였지 절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한 일은 아니다. 매출이 조 단위로 일어나는 회사가 몇 십억 투자를 아끼려고 그랬겠느냐”면서 “정부의 시스템 관리감독이 강화됐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다”고 토로했다.
국회는 전문인력 등 몇 가지 요건만 갖추면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해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측정업체 선정 기준을 강화토록 하는 정부 차원 대책과 별개로, 이번과 같은 측정결과 조작이 있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 개정에 집중하고 있다. 배출업체의 책임을 강화하는 ‘대기환경보전법’은 환노위 논의를 마쳤고, 측정대행업체 처벌을 강화하는 ‘환경분야 시험·검사법’ 개정도 논의가 마무리 되고 있다.
한편 이번 국감에는 측정업체와 여수 시민단체 대표도 출석할 예정이다. 여수산단 유해물질배출 범시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한 바른당 김동철 의원 측은 “당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고충을 청취하고 기업들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도록 독려하려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4개 측정대행업체인 지구환경공사·정우엔텍연구소·동부그린환경·에어릭스 대표를 모두 증인으로 신청한 한국당 임이자 의원은 “대책 마련과 법 개정 노력 등이 ‘사후약방문’에 그치지 않도록 쐐기를 박고 경각심을 고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앞서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 4월 여수 산단 지역 다수 기업들이 4개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먼지·황산화물 등의 배출농도를 속인 사실을 적발했고, 검찰이 지난 7월 배출·측정업체 관계자 35명을 재판에 넘겼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