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내 고용시장의 고용탄성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고용없는 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고용시장의 허리인 제조업의 고용기여도가 급속하게 감소하면서 고용창출력이 매우 저조,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걱정이 많다. 민간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가운데, 정규직 비중 확대 등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통계청과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국내 경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비슷한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으나, 고용시장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5월 기준 고용시장 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주 경제활동층인 15~64세 고용률이 67.1%에 이르고 15~29세 청년층 고용률도 43.6%를 기록하는 등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으나, 실업자 수 또한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실제 실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5월 통계에서는 실업자 수가 114만5000명에 달하면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다만 8월 통계에서는 실업자 수가 감소하면서 실업률이 소폭 하락했는데, 이는 기저효과와 노인알바,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숙박·음식점업의 취업이 늘어난 영향이다.
김미애 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고용률과 실업률이 동시 상승하는 것은 경제활동참여율이 상승하는 반면 고용수요의 증가가 따르지 못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현상인데, 최근 국내 고용시장의 실업자 수 증가속도와 일자리 증가속도의 차이가 큰 것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침체가 길어지고는 있지만 낮은 성장률로 꾸준히 성장하고 있음에도 고용창출력이 빠른 속도로 약화되면서 실업이 장기화, 심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국내 고용시장은 고용탄성치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해마다 '고용없는 성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한 국가의 경제가 1% 성장했을 때 고용은 몇 % 늘어났는지를 보여주는 고용탄성치는 2014년 이후 0.75에서 지난해 0.15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고용탄성치의 지속적인 하락은 경제성장과 고용증가 간의 양(+)의 상관관계가 약화된 것, 즉 국내 경제의 고용창출력이 약화된 것을 시사한다. 김 분석관은 "자본·기술집약적 제조업은 노동집약적 제조업에 비해 고용창출력이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우리나라는 고용탄성치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과 이미 경제성장이 성숙기에 이른 선진국보다 고용탄성치 수준이 낮다는 점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민간으로의 일자리 창출이 이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규직 비중 확대 등 고용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보조 필요성에도 입을 모은다. 김 분석관은 "일반적으로 정규직 고용 증가가 산업내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하락시키고 기업의 수익성을 저해해 경제성장을 지연시킨다는 주장이 있으나, 정규직 확대를 통한 고용안정은 장기적으로 고용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며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정규직 고용증대 전략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무송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석좌교수는 "현재의 일자리 문제는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저하, 신성장동력 부재, 고용억제적 노동·사회정책 등의 구조적인 문제들 때문"이라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한 구조조정과 함께 적극적인 노동시장 프로그램, 고용안정망 효율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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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