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호선 상인들 "원상복구 통보에 피눈물"

GS리테일 재계약 포기로 40곳 내달부터 영업 못해
공사 "지방계약령법으로 불가피" vs 전문가 "약정으로 가능 …의지 문제"

입력 : 2019-09-30 오후 3:14:58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6, 7호선 지하철 상가 점포 406곳을 임대 관리하던 GS리테일이 서울교통공사와의 계약 연장을 포기하면서 해당 점포들이 영업을 못하게 됐다. 목돈을 투자했지만, 계약만료 기간까지 원상복구를 하고 명도를 마쳐야 하는 임차인들은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서울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이향실씨는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2억원을 투자해 2017년도 2월에 들어왔는데 9월 초쯤 원상복구 통보를 받았다"면서 "다음 계약이 결정될 때까지만이라도 장사를 하게 해달라고했지만, 교통공사 측은 원상복구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직접 교통공사와 계약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탁업체가 빠지면서 10월24일까지 철거 비용을 들여 가게를 빼고, 재입찰 뒤 새 계약을 맺게 되면 다시 인테리어를 해야한다. 
 
이씨는 "최종 입찰자가 결정될 때까지 점포를 몇 달 동안 비워놓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개인 입찰한 곳은 장사하면서 임대 여부가 결정 날 때까지 명도유예를 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지하철상가 임차인의 피눈물'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그는 "퇴직 후 빵집을 운영하면서 매일 새벽 5시에 나왔는데, 교통공사는 공기업으로서 도의적인 책임과 상생하는 방법을 모색해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하철 6호선 화랑대역에 있는 빵집 모습. GS리테일이 서울교통공사와의 계약 연장을 포기하면서 이 빵집을 포함해 6, 7호선 지하철 상가 점포 406곳이 영업을 못하게 됐다. 사진/이향실씨 제공
 
GS리테일과 서울도시철도공사는 5년 전 지하철 6·7호선의 유휴공간 개발 사업 계약을 맺었다. 교통공사가 GS리테일에 공간을 임대하고, GS는 이를 활용해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5년 계약 후 추후 5년 연장이 가능한 내용이었다. 임대차 위탁을 맡은 GS리테일은 서울 지하철 6, 7호선 406개 점포를 묶어 임대 관리를 하면서 2013년 10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세를 내줬다. 대부분 상인은 10년까지 장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GS리테일의 적자로 계약 연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GS리테일 관계자는 "내부정보라 적자 규모를 밝힐 순 없지만, 운영을 멈추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있었다"면서 "현재 장사 중인 분들과 다음 계약자를 연결해 드리려는데, 교통공사 측은 일단 이분들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교통공사 측은 입찰 참여 기회나 우선 계약 등을 요구하는 점주들의 처지는 이해하지만, 현행법상 힘들다고 말한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상가 계약은 지방계약령법 때문에 전차인과의 직접 계약은 불가능하며 공개 입찰을 거친 뒤 두 번 유찰되면 가능하다"고 밝혔다. 개별 상가 입찰도 공개 입찰이기 때문에 지금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점주들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 교통공사의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약정을 통해 해당 문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엄정숙 부동산전문변호사는 "지방계약령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들 간에 약정하면 약정이 우선한다"면서 "지금 같은 경우에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을 적용해 공사 측의 의지에 따라 계약 내용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수익이 떨어져 계약연장을 포기한 GS리테일처럼 교통공사의 임대수익도 꾸준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2015년에는 976억원이었으나, 2016년에는 944억원으로 떨어졌다. 명도 불이행 상가 소송 승스로 손해배상액이 수익으로 반영된 2017년에는 임대수익이 985억원으로 다시 증가했으나, 지난해에는 913억원으로 조사됐다. 최근 운영 중인 지하철 임대상가는 2017년 1632곳에서 지난해 1627곳, 올해 5월 현재 1617곳으로 꾸준한 감소 추세를 보였다.
 
교통공사는 "공실 관련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면서 "시민 편익을 고려해 단순히 양적 팽창이 아닌 질적 수준을 높여 나가기 위한 방안으로 상가 수를 줄이며 다양한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희석 서울연구원 시민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은 "상권이 좋지 않은 곳은 경기의 영향을 빨리 받아 공실률이 많이 나온다"면서 "지역의 특색을 살린 구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상가 임대료가 현재 시장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상가 임대료 수준은 감정평가에 의한 기초가를 선정해 공개경쟁 입찰에 의한 낙찰가로 선정되는데, 감정기관의 감정평가시 5년 전 낙찰가액이 반영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통공사는 2회 이상 유찰상가에 대해서도 기초가액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30일 현재 비어있는 시청역 지하철 상가 점포 모습. 사진/홍연 기자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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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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