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주요 경제단체장들과 만나 내년 주 52시간 근로제 확대 시행과 관련해 "정부도 기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조만간 의견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화학물질평가법', '화학물질관리법'과 관련해서도 "유예기간 부여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잘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4개 경제단체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된 비공개로 진행된 오찬 간담회에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김상조 정책실장과 이호승 경제수석 등이 배석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경제단체장만 따로 청와대로 불러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서 일본의 반도체 관련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와대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내년 50~299인 기업에 대한 주 52시간제 확대 적용과 관련해 기업의 준비 과정에서의 애로사항과 제도 개선 등을 건의했다. 김기문 회장은 "중소기업 절반 이상이 주 52시간제를 감내할 여력을 갖추지 못했다"며 제도 유예를 요청했다. 김 회장은 "특히 뿌리산업은 300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이어서 사장도 현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300인 이상 기업은 주52시간제 시행 전에 9개월의 계도기간이 있었다"며 업계 사정과 형평성 문제를 들며 문 대통령에게 제도 유예를 적극 건의했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 수출 둔화 등과 관련한 기업의 어려움을 전달하고 기업의 기를 살리는 메시지를 건의했다. 규제샌드박스가 잘 정착되고 있으나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건의 등도 나왔다. 박용만 회장은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하는 제도인 규제 샌드박스의 신청창구 확대, 산업계가 경제활성화 법안으로 꼽는 서비스산업발전법의 조속한 입법 시행 등에 대해 건의했다. 박 회장은 "규제 샌드박스 신청 창구를 정부 뿐 아니라 민간 채널로 확대하고, 서비스법 개정에 시간이 걸린다면 정부가 시행령·시행규칙으로 풀 수 있는 내용들을 찾아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주52시간제와 관련해 "정부도 기업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차원의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으니 조만간 의견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만 탄력근로제 등 법 통과를 위해 재계, 경제단체들에서도 국회와 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개성공단과 관련해 문 대통령은 '정부가 바뀌어도 개성공단에 유턴한 기업들이 지속가능할 수 있겠느냐'며 의견을 구했고, 이에 김기문 회장은 "한국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기업까지 개성공단에 들어온다면 신뢰가 쌓여 지속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이외에도 참석자들은 국회 정부가 자체적으로 하위법령이나 해석 등을 통해 기업의 애로를 적극적으로 해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확대와 규제 완화, 대기업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윈-윈'(Win-Win)하는 전략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냈다. 중소기업 분야별로 관련 부처와 간담회 등을 개최해 애로를 적극적으로 해소해달라고도 요청했다. 또한 유턴기업을 국내로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입지·인력활용상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일본의 수출규제와 관련해선 아직 기업의 직접적인 피해는 없는 상황이지만 이번 기회에 부품 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대·중소기업 상생 모델은 지속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다. 이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 및 노동 관련 법률개정과 관련해서도 노사 양쪽의 균형된 입장의 반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문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검토해 나가겠다"며 "국회에 제출된 입법안에 대해서는 경제계도 애로사항을 개진해 법안이 신속히 처리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는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 정부 차원에서 애로를 해소할 부분이 있는지, 중소기업 애로 해소를 위한 제안을 실행할 방법이 있는지, 경제활력과 혁신성장을 위해 적극 행정을 통해 해결할 방법이 있는지 등 제기된 의견들에 대해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청와대 충무실에서 열린 '경제계 주요인사 초청 간담회'에 참석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과 인사하며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