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검찰 개혁 방안 마련 지시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즉각 화답하고 나서면서 개혁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피의사실 공표 등 그동안 검찰의 나쁜 관행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개혁을 시작하고, 정치인이 아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출 것을 주문했다.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은 2일 "그동안 검찰은 무리하게 기소하는 사건이 많았다"면서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리는 방식으로 알려 수사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기도 했다"고 검찰의 행태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수사권과 관련해 수사의 지휘권과 완결권을 어디에 둘지를 다루는 등 본격적인 개혁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전체 사법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최건 대한법조인협회 회장은 "특수수사의 역할이 분명히 있는데, 단지 운영상의 잘못으로 일방적으로 줄이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현재 특수수사의 역할을 형사부에서 한다면 폐해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단순히 검찰 개혁뿐만 아니라 전체 사법 개혁의 하나로 경찰과 법원 시스템도 개선해야 한다"며 "현재의 검찰 개혁 논의는 정치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성격이 크다고 보고, 국민의 입장에서 사법 시스템을 개혁하려는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윤 총장이 검찰 자체 개혁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 개혁과 별개로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검찰의 발표에 대해 "검찰 개혁과 수사는 별개란 의사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통령의 지시 사항에 대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장고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는데, 기존의 안으로 개혁하겠다고 한다"며 "검찰은 검찰대로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참여연대는 당시 후보자였던 조 장관 의혹에 대해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한 직후인 지난 8월29일 논평에서 "검찰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자임한 후보자에 대한 수사란 점에서 검찰의 전격적인 수사 착수는 '고도의 정치 행위'로 보이기에 충분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수많은 논란이 가중되는 과정에서 분명히 확인된 사실 중 하나는 사법 개혁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거대한 축이 있다는 것"이라며 "그중에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가 세상에 드러난 지 3년이 지나도록 정작 국정농단에 부역한 책임은 전혀 지지 않고 심판자를 자처했던 검찰이 있다는 것은 합리적인 의심"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지난 1일 검찰 개혁 방안으로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검찰청을 제외한 전국의 모든 검찰청에 설치된 특수부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외부 기관에 파견된 검사를 전원 복귀시켜 형사부와 공판부에 투입하기로 했으며, 검사장 전용차량 이용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도 "대검찰청의 요청 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검찰과 협의해 국민이 원하는 바람직한 검찰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구내식당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