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웹디자이너 A씨는 최근 손가락 마디가 뻣뻣하고 저릿한 통증을 자주 느꼈다. 손을 자주 사용하는 직업이다 보니 직업병이려니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통증은 악화됐고, 급기야 손가락뿐 아니라 손목관절도 눈에 띄게 부어올랐다. 뒤늦게 병원을 찾은 A씨의 진단명은 '류마티스 관절염'이었다.
관절염은 흔히 노년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류마티스 관절염은 관절의 퇴행성 변화가 아닌 면역에 이상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때문에 연령을 불문하고 발병할 수 있어 젊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료를 받은 여성 환자는 30대 1만2102명, 40대 2만9533명, 50대 5만4823명 등이었다. 특히, 30대 환자는 20대 환자(4260명)의 3배에 달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는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다. 자가면역질환이란 외부로부터 인체를 지키는 면역계 이상으로 오히려 자신의 인체를 공격하는 병이다. 일반적으로 유전적 원인을 비롯한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 등이 류마티스 관절염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자가면역질환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도 매우 취약하다. 여성의 경우 폐경 초기에도 발병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지난해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료를 받은 국내 환자 24만3000여 명 중 남성은 6만여명, 여성은 18만여 명으로 확인됐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상은 △조조강직 △전구증상 △관절증상 △관절 외 증상 등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조조강직은 류마티스 관절염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손가락 또는 발가락 등의 부위에서 전해지는 뻣뻣한 느낌을 말한다. 이러한 증상이 30분에서 1시간 정도 지속된다면 류마티스 관절염을 감별해야 한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약 3분의 2는 전신 쇠약감, 피로감과 식욕 부진 등의 전구 증상을 겪는다.
관절증상은 손가락과 같은 작은 관절에서 주로 발견된다. 아픈 관절 주위가 많이 붓고 만지면 통증과 열감이 느껴지며, 손바닥에 홍반이 생기기도 한다. 관절 외에도 폐, 심장, 혈관 등 주요 장기를 침범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도 있다.
김재훈 고려대 구로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사람마다 류마티스 관절염의 증상은 다를 수 있다"라며 "아침에 손마디에 뻣뻣해 지는 조조강직 외에도 전신 무력감, 피로, 식욕 부진 등의 전구 증상은 또 다른 자가면역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 있으므로 최대한 빠르게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아직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조기에 진단해 통증 및 증상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보존하고 변형의 진행을 막는 데 치료의 목적을 두고 있다. 류마티스 관절염을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게 되면 심한 통증과 함께 관절이 붓고, 굳어지며, 심지어 변형이 일어나는 등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때문에 류마티스 관절염 발병이 의심된다면 조속히 정밀 검사 및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류마티스 관절염 발병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검사 방법으로는 혈액검사, 간 기능 검사, 신장 기능 검사 및 류마티스 인자 검사 등이 있다. 검사 결과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진단이 내려졌다면 약물 치료와 꾸준한 관리가 필수로 이뤄져야 한다. 완치 개념이 아닌 관리로서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의 노력도 중요하다. 특히 합병증이 발병하지 않도록 전문의 지도 아래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재훈 교수는 "날씨가 추워지면 전반적인 관절 증상이 악화되는 경향이 있는데 증상 및 통증 완화를 위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가벼운 스트레칭을 통해 관절의 움직임을 유연하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다만,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는 과격한 운동은 삼가고, 주기적인 스트레칭을 통해 건강을 관리해 주는 습관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자가면역질환의 한 종류로 젊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사진/고대 구로병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