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국내외 온도차)②IT기술 개발해 남 주는 실정

의료계 반대에 의료법 개정 휴업…"기회조차 없어, 해외로 눈 돌려"

입력 : 2019-10-14 오후 1:35:12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도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 원격의료 도입을 외면해온 것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의료인간 원격의료 도입을 시작으로 그 범위를 의료인과 환자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지속적으로 시도돼왔다. 하지만 좀처럼 완화되지 않는 규제와 반대 의견에 발목이 잡혀있다.
 
현행 의료법이 정의한 원격의료는 컴퓨터나 화상통신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먼 곳에 있는 의료지식이나 기술을 지원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현행법에서는 원격자문 이외의 원격진찰이나 원격처방은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원격처방전 발급도 금지된다. 국내에서 원격의료와 관련해 논란이 되는 부분 역시 법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행위에 대한 것이다. 정부가 기존 의료인 간 원격의료행위를 의사와 환자 간까지 확대하려는 과정에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 반발이 거세다. 
 
국내에서 의사와 환자 간 원격의료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은 지난 2009년 의료법 개정안 입법 예고를 통해 시도됐다. 내원이 쉽지 않은 환자들의 의료접근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남용가능성과 의료비 급증 우려에 이듬해 입법이 무산됐다.
 
이후 2013년 다시 한 번 논의되며 재차 개정안이 입법 예고 됐지만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보건의료단체들이 집단 휴진 등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갈등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 의료발전협의회를 통해 6개월간 원격의료시범사업 시행결과를 입법에 반영한다는 내용의 의·정 협의안이 발표됐고, 2017년 앞선 우려와 같은 이유로 또 한 번 도입이 좌절됐다.
 
지난해 10월에도 보건복지부가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입법을 예고했지만 의료계는 오진을 포함한 불완전한 진료 및 처방 가능성과 대형병원 쏠림 현상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를 비롯한 다양한 시민단체 역시 원격의료민영화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올해 역시 지난 7월 강원도를 원격의료 규제자유특구로 지정, 1차 의료기관 3곳을 지정해 원격의료 시범사업에 돌입했지만 저조한 참여율에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제자리걸음을 반복 중인 국내 원격의료의 지지부진한 행보는 이해관계 충돌 탓이다. 찬성 측에서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비롯해 진료 편의성 제고, 고령화 시대에 맞는 만성질환자의 효율적 관리, 해외 진출 및 의료산업 부가가치 창출 등을 근거로 내세운 반면, 오진 가능성으로 인한 환자 건강권 침해와 의료진 부담, 지방 병원 진료시스템의 붕괴 우려, 의료 사고 시 책임 소재 규명의 어려움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산업계 역시 보험업계는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 시행 시 유사 의료 행위 등으로 오인 받을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너지 창출을 통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IT·통신업체들 정도가 반기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치권 역시 원격의료 도입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 발의를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련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도 해외에서 적용 중인 기술을 정작 안방인 국내에선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S8은 사용자의 건강지표를 활용해 원격진료 상담이 가능한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국내에선 의료법에 막혀 해당 기능을 사용하지 못하는 반면, 미국에서만 관련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의료기관들 역시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이 의료관광 허브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UAE의 왕립 칼리파 병원의 원격의료 공개 입찰해 참여해 위탁운영을 수행 중이고, 연세대학교는 브라질 따오바떼 대학과의 협력을 통해 아마존 강 유역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국내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뿐만 아니라 모든 새로운 기술력의 발전과 경쟁력은 결국 인프라 구축을 위한 숙달과정을 통해 완성되는데 국내는 마땅한 기회조차 없다 보니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해관계에 대한 충돌은 불가피한 상황인 만큼 간보기성 정책이 아닌 적극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원격의료 도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 앞에서 강원지역 원격의료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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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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