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자유한국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동생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반발해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회의를 열고 사법부를 규탄했다.
한국당은 1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문재인정권 사법농단 규탄' 현장 국정감사대책회의를 열었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 등 의원 17명은 검은색 상복을 입었다. 손에는 '조국 사법 농단', '사법 치욕의 날'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나 원내대표는 "저도 한때 법복을 입고 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사법부 출신으로 이 자리에 오고 싶지 않았다"며 "그러나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에서 자유·평등·정의가 짓밟혔다. 오늘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열린 '문재인정권 사법농단 규탄' 현장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판사는 80년대 주사파·좌파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586 판사"라면서 "명 판사에게 묻고 싶다. 당신과 법원 내 좌파 이념에 경도된 사람들이 죄 많은 조국 일가와 문재인정권을 지켜내 무엇을 이루려는가"라고 반문했다. 판사 출신으로 당 사법장악 저지와 사법부 독립수호 특별위원장을 맡은 주호영 의원은 "영장이 기각된 날은 대한민국 사법부 치욕의 날이자 통탄의 날, 통곡의 날"이라며 "영장을 기각한 법원 내부 기준이 어떤 것이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검은색 상복 항의에 "블랙코미디를 연상하게 한다"고 비판했다. 이해식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한국당이 기상천외한 장외 정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며 "시위를 한 것인지, 회의를 한 것인지 헷갈린다. 조문을 간 것인지, 법원에 경의를 표한 것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한 것 같다"며 "한국당이 여당이던 시절에 자행된 사법농단이 현재에도 지속되고 있는 것처럼 꾸며, 사법부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폄하하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영장기각 단 한 건으로 '문재인정부의 사법농단'이라 칭하는 한국당의 용기가 놀랍다"며 "판사출신의 원내대표가 가장 앞장서 선동하는 모양도 볼썽사납다. 검은 옷을 차려 입은 의원들은 사법부의 죽음을 묵시적으로 표현하려 했겠지만, 지켜보는 국민들은 한 편의 블랙코미디를 연상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사법부는 건재하다"며 "한국당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흔드는 망동을 삼가라"고 촉구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