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지난해 1월 법인으로 설립된 '비트센싱(Bitsensing)'은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레이더(rader)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스타트업이다. 특히 자율주행 시대 모빌리티 분야에 활용될 레이더 기술을 개발한다. 만도에서 10년 동안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한 이재은 대표가 창업했다. 이 대표는 2008년 만도에 입사했으며, 2014년 국내 최초 전방 77GHz 레이더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비트센싱은 속도까지 감지할 수 있는 '4D 이미징 레이더' 개발을 최종 목표로 한다. 이 레이더를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핵심 센서로 개발해, 악천후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안정적인 성능을 보유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
현재 업계에 따르면 자율주행 센서에서 메인으로 사용되는 것은 레이저 빛을 이용하는 라이다(lidar) 센서다. 레이더의 부족한 해상도 탓에 라이다가 메인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라이다 센서는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악천후에서 제대로 작동이 되는 않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또한 차량 1대에 5~6대의 라이다 센서가 필요한데, 1억~2억원의 비용이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문제도 있다. 비트센싱은 레이더의 해상도 문제를 기술 고도화로 해결한다면, 날씨 영향을 받지 않고 또 안정적인 성능을 지닌 레이더가 자율주행에서 메인으로 쓰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종 목표와 별개로 단계별 레이더 제품 라인업도 갖춰나갈 계획이다. 올해 4월 개발해 국내 인증을 마쳐 현재 판매할 수 있게 된 제품이 '트래픽 레이더'다. 최근 열린 '2019 한국전자산업대전(이하 KES)에서 삼성의 갤럭시 폴드 5G와 함께 'KES 이노베이션 어워드'의 'Best New Product'에 선정된 제품이다. 트래픽 레이더는 24기가헤르츠(GHz)를 사용한 풀HD(FHD) 카메라 일체형 트래픽 레이더다. 4차선에 다니는 차량의 수, 속도, 사고 상황 등을 기존 방식보다 더 정밀하게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다. 현재는 도로용 신호위반·과속 단속, 교통량 측정 등에 사용 가능하다. 특히 트래픽 레이더는 스마트 시티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고정밀 실시간 교통정보 데이터 수집에 활용될 수 있다.
비트센싱의 트래픽 레이더. 사진=비트센싱
국내외서 전방 레이더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한 기업은 독일의 보쉬, 콘티넨탈, 미국의 앱티브, 일본의 덴소, 한국의 만도 등 5군데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10년 간 만도에서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한 이 대표의 경력과 노하우가 비트센싱의 최대 자산 중 하나다. 비트센싱은 이들 거대 기업들이 개발의 불투명성, 라이다 기술의 물리적 한계 등의 문제로 당장 집중하지 못하는 완전자율주행 시대를 위한 레이더 개발을 틈새시장으로 판단했다.
비트센싱은 지난 6월 자율주행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경기도 자율주행센터에 입주해 트래픽 레이더 실증 테스트, 빅데이터 수집을 진행 중이다. 또한 국토교통부가 주최하는 자율협력주행, C-ITS 리빙랩 운영기업으로도 선정돼 이번 달부터 세종시에서 실증 사업을 시작한다. 비트센싱은 국내서는 이 같은 시범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게 단기 과제다. 코이카(KOICA)와 함께 현재 베트남에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비트센싱은 향후 중국, 태국, 미얀마 등지에도 트래픽 레이더를 설치해 스마트 시티 구현에 앞장선다는 각오다. 비트센싱의 이재은 대표를 만나 사업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2008년 만도에 입사한 뒤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인 레이더를 갖고 일했다. 처음 3명이서 시작할 때 책과 논문을 보고 연구했고, 2014년에 양산에 성공했다. 이후 레이더 모델이 늘어나고 조금씩 변형돼 반복되는 작업이었다. 더 해보고 싶은 일을 하자는 마음이 컸다. 새로운 작업을 해야 재미가 있다. 여기저기 제의도 들어와 이직을 고민하기도 했고, 집에서 바로 승낙이 안 나 3년이 흘렀다. 그사이 운이 좋게 좋은 투자자를 만나서 회사를 해보자는 제의를 받았고, 일주일가량 고민 끝에 창업을 하게 됐다.
레이더 센서가 자율주행 자동차 이외에 활용 가능한 영역은.
충분히 다양한 곳에 활용될 수 있다. 자율주행시대에서 자동차가 제일 주목받는 건 사실인데, 로봇, 드론에도 점점 더 적용될 수 있다. 우버에어도 비행택시를 하겠다고 한다. 자동차든 마이크로 이동수단이든 모빌리티 디바이스가 있으면 센싱이 필요하다. 스스로 움직이려면 눈이 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한데 현재 나와 있는 센서들을 조합해서 사용하게 될 것이다. 특히 레이더 센서는 고도화되면 될수록 시장 점유율을 훨씬 늘려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궁극적인 목표는.
최종적으로 레이더 센서는 저렴하게 공급하고,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만들어서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트래픽 레이더의 경우 자율주행 시대가 당장 오기 전에도 내비게이션 길안내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차선별로 안내를 하거나, 어딘가에서 사고가 나면 미리 우회하게 유도해 교통정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지금은 사고가 나면 도착시간만 늘어나는데, 레이더를 활용하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시간을 아끼고 물류도 훨씬 원활하게 할 수 있어 전체적인 비용 자체가 많이 줄어들 것이다. 레이더는 회사들에 이 같은 가치를 줄 수 있다. 데이터를 원하는 회사가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
회사 슬로건이 'delivering better safety(더 나은 안전의 전파)'다.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레이더나 에이다스(ADAS) 등 최첨단 기술들은 돈 있는 나라에 먼저 확산이 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이런 기능들이 확산돼 교통사고 자체가 20~30%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WHO(세계보건기구) 보고서는 도로 환경 때문에 사망자수가 3배 정도 차이난다는 결과도 있다. 결국 최첨단 레이더 기술들이 확산된다면 개발도상국들도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평등한 안전을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레이더 기술을 집중적으로 확산해보고 싶다. 초기 인프라 투자하고 도로를 깔 때 레이더 환경을 구축하면 비용 차이가 크지 않으면서 안전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이재은 비트센싱 대표. 사진=비트센싱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