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정부가 중심을 잡고 경제 활력과 민생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 정부재정 적극투입, 규제혁신으로 기업투자 활성화,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확충 등 건설투자 확대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련 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지금 우리는 경제와 민생에 힘을 모을 때"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한 회의는 3시45분까지 약 100분간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무역 갈등의 심화와 세계 제조업 경기의 급격한 위축으로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성장 둔화를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처럼 제조업 기반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이 같은 흐름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간활력 높아져야 경제가 힘을 내"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민간활력이 높아져야 경제가 힘을 낼 수 있다"면서 "세계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과 투자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수출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화고, 민간투자가 활성화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이 시스템 반도체·디스플레이·미래차·바이오헬스 등 신산업 분야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벤처투자도 사상 최대(8월 기준 2조8000억원)로 늘어난 것에 반색하고 "우리 경제에 아주 좋은 소식"이라며 "이 흐름을 잘 살려가야 한다. 기업투자를 격려하고 지원하며, 규제혁신에 속도를 내는 등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민간 활력을 높이는 데 건설투자의 역할도 크다"면서 "우리 정부는 인위적 경기부양책을 쓰는 대신 국민생활여건을 개선하는 건설투자에 주력해왔다. 이 방향을 견지하면서 필요한 건설투자는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민 주거공급 조기 확충 △광역교통망 조기 착공 △교육·복지·문화 인프라 구축 △노후 사회간접자본(SOC) 개선 등 생활 SOC 투자에 속도를 낼 것을 지시했다.
"정부 재정지출 확대로 경제에 힘 불어넣어야"
문 대통령은 "경기가 어려울 때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보강하고 경제에 힘을 불어넣는 것은 정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그 동안 정부는 적극적 재정 정책을 통해 경기의 급격한 위축을 막고 경기 반등 여건을 조성하는 것에 주력해왔다. 이런 노력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확장 기조로 편성된 내년 예산안이 잘 처리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구하면서 올해 본 예산과 추가경정 예산을 철저히 관리해 이월하거나 불용하는 예산을 최대한 줄여야 할 것"이라며 "지방자치단체도 최대한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정부 정책이 충분한 효과를 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일자리정책만 하더라도 초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정부가 정책 일관성을 지키며 꾸준히 노력한 결과 제조업 구조조정,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같은 어려운 요건 속에서도 고용 개선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8~9월 기준 두 달 연속 역대 최고 고용률 기록 △청년 고용률 16개월 연속 상승△여성과 고령층 고용 개선 △상용직 근로자 수 증가 △고용보험 가입자 수 증가 △실업 급여 수혜자와 수혜금액 증가 등을 주요 성과로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고 고용 안정망도 튼튼해지고 있다"면서 "이런 성과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노력과 함께, 여전히 미흡한 연령대와 제조업, 자영업 분야 등의 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장관들을 독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미래차 산업 국가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수소청소트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엄중한 상황에 정부 협업강화는 필수…국회 입법 협조도 절실"
또한 문 대통령은 "엄중한 상황 일수록 정부 부처간 협업강화가 필수적"이라며 "이번에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범부처 간의 협업이 소재·장비·부품 경쟁력강화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경험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과거의 틀과 방식으로는 산업구조와 인구구조의 변화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가 어렵다"면서 "부처간 칸막이를 해소하고 정보를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종합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범부처 차원의 종합적 노력이 있어야, 어려운 과제들을 해결하고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와 민생을 위해 모두가 한마음으로 뛰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적극 협력하고 있고,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생태계도 구축되고 있다"면서 "올 초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한 상생형 지역 일자리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향해 "국회의 협조도 절실하다"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민간의 활력을 지원하는 데 국회가 입법으로 함께 해주시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문 대통령이 경제관련 장관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지난해 12월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 이후 처음이다. 고민정 대변인은 "경제를 조금 더 면밀하고 꼼꼼하게 챙겨나가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최근 경제동향과 고용상황 등을 보고받고 향후 정책방향을 논의했다. 주52시간 근무제 안착 방안과 아프리카돼지열병 대응방안 등도 논의됐다. 회의에 앞서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오찬을 함께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