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주부 A씨는 얼마 전부터 끈적하고 누런 콧물을 보이는 5살 난 아이 때문에 걱정이 많다. 열흘이 넘게 코감기를 앓고 있는 아이에게 약을 먹였지만 좀처럼 낫지를 않고 숨쉬기 힘들어 해 학습과 수면에 지장이 크기 때문이다. '혹시 축농증은 아닐까'하는 마음에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은 A씨는 축농증과 비염이 함께 있는 '비부비동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만 5세부터는 아이들이 잦은 감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시기다. 개인차는 있지만 비교적 이전에 비해 감기에 덜 걸리고 쉽게 이겨낸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아이가 열이 나지는 않지만 누런 콧물 증상을 보이거나 2주 이상 기침이 지속되는 경우 축농증을 의심해봐야 하고 이에 앞서 비염이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비강이 구조적으로 완성되는 만11세까지 비염이 개선되지 않으면 축농증과 만성 비염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5세 이후 아이들에게서 부비동염이 잦고 만성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이유는 대부분 비염이 원인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체질적인 특성을 동반하는데 흔히 말하는 '알레르기' 체질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특정 알레르겐에 대한 과민반응으로 콧물, 코 막힘, 재채기, 코나 눈의 가려움 증상을 보인다.
3~4년 정도 알레르겐에 반복 노출되면 비염 증상을 보이며 4~5세에 비염이 발병되는 경우가 많다. 비염이 있으면 코 상태가 늘 좋지 않고 특히 봄, 가을, 겨울은 늘 코가 막혀있거나 콧물이 차 있다. 이런 콧속 상태는 부비동염을 일으키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고 재발과 만성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이 시기 아이들의 축농증 치료는 비염에 대한 치료와 관리가 주가 돼야 한다.
아이가 축농증이 있다면 무조건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항생제는 세균성 축농증을 치료하는 방법 중에 하나일 뿐이다. 오히려 만성 재발성 축농증 아이가 축농증에 걸릴 때마다 항생제를 반복적으로 자주, 오래 복용하게 되면 항생제 내성문제와 감수성 저하로 인해 치료가 잘 되지 않고 항생제 부작용까지 함께 겪을 수 있다.
아이가 축농증을 반복적으로 앓고 있고, 항생제 치료가 이전만큼 잘 듣지 않는다면 항생제 복용에 더 신중해야 한다. 한방에서는 한약이나 침치료, 축농증 재발의 근본 원인이 되는 비염 치료를 병행해 축농증을 치료하고 재발을 방지한다. 급성 부비동염의 경우 형개연교탕, 배농산급탕, 갈근탕 등 천연 감기약 처방으로 콧속의 염증을 개선하고 농의 배출을 돕는다. 만성 재발성 부비동염은 아이의 체질과 비염상태에 맞춰 비염을 개선시켜주는 한약, 침 치료, 뜸 치료, 호흡기 치료를 병행한다.
만성 재발성 축농증의 경우 비강 세척을 하는 것이 축농증 개선과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알레르기 개선에 도움이 되는 프로바이오틱스 정제 유산균과 비타민D를 꾸준히 챙겨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평소 비염이 있다면 비염에 대한 치료 관리뿐 아니라 축농증의 또 다른 주요 원인인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고, 일교차와 미세먼지 농도가 심한 시기에는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해야 한다. 외출 후엔 손, 발 외에도 코 세척까지 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이 콧속에 생리식염수를 몇 방울 떨어뜨리고 살짝 풀어내거나 천연 성분의 비강 스프레이를 사용하면 좋다. 호흡기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얼음, 아이스크림 등의 찬 음식은 삼간다.
윤상진 평택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은 "만 11세 이후까지 비염 증상이 지속되면 성인형 비염이나 만성 축농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치료의 효과가 높은 만 5~10세 사이에 근본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사진/함소아한의원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