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시장서 미·중 경쟁 격화하나

중국, 핵심산업으로 블록체인 언급…페이스북 리브라 등에 영향 미칠듯

입력 : 2019-10-28 오후 6:08:44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한동안 잠잠하던 글로벌 암호화폐(코인)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처음으로 리브라 프로젝트의 연기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급락한 코인 시장은, 최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블록체인 개발 선언으로 급반전을 거듭했다.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8일 오후 12시 기준 글로벌 암호화폐 정보분석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국제 비트코인(BTC) 가격은 전날 대비 6.16% 오른 9735.03달러다. 지난 24일 7500달러를 밑돌던 BTC는 가격이 급등하며 26일 한때 1만달러를 돌파, 1만17달러를 찍기도 했다. 주말새 40% 가까이 가격이 급등했다. 주요 알트코인들도 대장주의 상승세를 따랐다. 이더리움(ETH)는 같은 시간 4.28% 상승한 186.79달러, 리플(XRP)은 3.48% 오른 0.30달러를 기록했고, 비트코인캐시(BCH)도 3.48% 상승해 268.38달러에 거래됐다. 국내 BTC 가격도 빗썸 기준 전날보다 5.39% 가격이 상승해 1121만7000원을 기록했다. 지난주 870만원대까지 떨어졌던 BTC 역시 26일을 기점으로 상승장을 타는 모습이다.
 
BTC 시세가 한 달여 만에 다시 1000만원선을 회복한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발언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 주석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정치국 주최로 열린 '블록체인 기술개발 현황과 동향에 관한 집단 연구회'에서 블록체인 투자를 늘리고 기술 개발과 산업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영매체인 신화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블록체인 기술이 디지털 금융과 사물 인터넷, 디지털 자산 거래 및 기타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며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는 만큼, 중국도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이를 통한 경제·사회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비록 암호화폐를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개발 필요성을 언급한 만큼, 중국이 향후 암호화폐 시장에 전향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줬다는 평가다.
 
반면, 그동안 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였던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는 주춤했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미국 규제당국이 승인하기 전까지 리브라 출시를 연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커버그 CEO가 직접 리브라 연기 가능성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6월 리브라 프로젝트 계획을 공개한 이후 미국 정부와 규제당국, 의회 등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날 미 하원 청문회에서도 수년간 발생했던 개인정보 침해 사건들과 지난 대선 당시의 정치 광고 문제 등이 거론되면서 페이스북의 리브라 프로젝트를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이날 주커버그 CEO는 "리브라 프로젝트는 결제 플랫폼을 혁신하고자 하는 시도"라며 "암호화폐로 결제 인프라를 혁신하지 않으면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결제 기업들은 새로운 인프라 위에서 서비스를 구축하는 중"이라며 "중국에서 빠른 시일 내에 리브라와 비슷한 디지털 위안화가 발행될 것이고, 위챗과 알리바바 같은 중국 민간 기업들이 여기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미국의 리브라 청문회 이후 암호화폐 시세는 급락했다. 주커버그 CEO의 리브라 발행 연기 발언으로 24일 BTC는 880만원대로 떨어졌고, 국제 BTC 가격도 7% 가까이 하락하면서 7500달러선까지 밀려났다. 특히 같은 날 구글 양자컴퓨터 개발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 폭락을 부추겼다. 외신들은 구글이 약 1만년이 걸리는 연산을 3분만에 처리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 양자컴퓨터로 인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의 보안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암호화폐 시세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일주일새 페이스북 리브라를 포함해서 암호화폐 업계에 이슈들이 많아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며 "특히 중국이 블록체인 산업을 미래 혁신 돌파구로 바라보면서 시장 반등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앞서 중앙은행 차원에서 디지털 화폐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향후 미국 내에서도 리브라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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