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여버린 문 대통령 11월 외교일정

초유의 칠레 APEC 취소…청 "앞으로 상황 지켜봐야"

입력 : 2019-10-31 오후 5:50:59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11월 외교일정이 꼬여버렸다. 내달 16∼17일 칠레 산티아고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주최국 칠레의 국내문제로 전격 취소되면서다. 사상 초유 사태에 청와대도 적잖이 당황하는 눈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31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도 뉴스를 통해서 알았기 때문에 추후에 어떻게 일정들을 잡아갈지 아직 확정적으로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고민정 대변인도 "소식은 들었고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29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 모친 강한옥 여사가 별세했다고 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초 문 대통령은 다음달 13일 멕시코를 공식 방문해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16~17일 칠레 APEC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문 대통령이 APEC에서 미···러 정상들과 만나 다양한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기대됐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북미 비핵화 협상, 한미 방위비 분담문제 등 논의해야 할 현안이 많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함께 중국·러시아 군용기의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 침입 문제를 이야기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기한 만료를 앞둔 한일관계 문제도 복잡해졌다. 최근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의 태풍피해, 일왕 즉위, 문 대통령의 모친상 등과 관련해 '서신 외교'를 이어가며 분위기 개선에 나섰다. 그러나 APEC이 취소되면서 지소미아 만료 전 한일 정상이 직접 만날 기회는 3일부터 5일까지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3(한·중·일) 회의가 유일해졌다. 본격적인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엔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
 
APEC을 계기로 성사된 멕시코 방문 일정이 조정될지도 관심사다. 다만 이미 양국에서 확정 발표된 상황에서 취소나 연기는 '외교적 결례'가 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단 멕시코를 방문하고 미국이나 인근 중남미 국가를 추가 방문할 가능성이 있지만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 순방 일정을 마친 문재인 대통령이 9월26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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