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지천명'을 맞이한 삼성전자와 대한항공

입력 : 2019-11-06 오전 6:00:00
한국을 대표하는 2개의 대기업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반도체에서 세계1위에 우뚝서 있는 삼성전자와 '한국의 날개' 대한항공이 그 주인공이다. 나란히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일 경기도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창립 5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도전과 기술, 상생'을 통해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자는 메시지를 보냈다. 
 
대한항공은 지난 3월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그 시점은 대한항공이 갑질사건으로 인한 사회적 여론과 조양호 회장의 별세 등 여러 악재를 맞아 몹시 어수선할 때였다. 때문에 기념행사도 조용하게 내부행사로 치렀다.
 
그렇지만 대한항공은 일반고객과 호흡을 함께하는 기업이다. 따라서 홀로 기념한다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뒤늦게 재미있는 기념행사를 선보였다. 똑같이 50주년을 맞이한 항공기 제작사 에어버스와 함께 지난달 16일 성남공항에서 기념행사를 열었다. 일부 항공편에서 객실 승무원들이 역대 유니폼 11종을 동시에 입고 근무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나름대로 고객들에게 재미있는 볼거리를 마련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대한항공이 그동안 이룩한 성취는 제법 크다. 삼성전자는 오늘날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뽐내는 반도체와 스마트폰를 비롯해 각종 전자제품에서 남다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한항공도 8대의 항공기로 시작해 이제 169대를 보유하는 세계적 항공사로 성장했다. 모두 눈부신 발전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자축하고 자랑할 자격이 충분하다. 그간 임직원들이 기울인 노고에 갈채를 보내고 싶다.
  
아울러 이들 기업은 해당분야에 필요한 유능한 인재를 배출하고 경영기법을 축적했다. 이렇게 배출되고 축적된 인재와 경영기법은 다른 기업의 발전을 촉진했다. 삼성에서 배출된 많은 인재들은 한국을 '정보통신 강국'으로 이끌었다. 대한항공에서 배출된 인재들은 국내 여러 항공사와 여행사에 진출해 발전의 초석이 됐다. 그러니 한국경제 발전과정에서 돈으로 셀 수 없는 기여를 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 시대의 흐름이 이들 대기업에게 새로운 성찰을 요구하는 것도 사실이다. 각기 얼룩진 과거가 있고 그 상흔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건희 회장의 경영권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계시키기 위한 작업이 진행돼 왔다. 그 결과 이제 이재용 부회장은 사실상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단지 '삼성그룹 회장'이라는 직함만 아직 취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무리수가 저질러졌다. 지금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문제를 비롯한 후유증이 남아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도 진행중이다.
 
대한항공에도 최근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2014년 고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에 이어 지난해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갑질'이 불거져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이들 사건으로 말미암아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은 엉청난 홍역을 치렀다. 조 전 전무는 물론이고 고 조양호 회장의 처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등 가족들이 줄줄이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했다. 행동주의 주식펀드 등 국내외 기관투자가의 공세 속에 고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직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그리고 조 회장 자신은 삶을 마감했다. 
 
이 세상 모든 사람과 기업, 정부는 수많은 풍파를 겪게 마련이다. 풍파 가운데는 본의 아니게 일어난 경우가 있는가 하면, 스스로 초래한 사건도 있다. 두 대기업이 그간 겪었던 풍파가 어느 쪽인지 스스로 더 잘 알 것이다. 
 
이제 시대의 흐름은 크게 달라졌다. 과거와 같은 오너의 일방적인 갑질이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는 더 이상 용인되지 않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대한항공이 숱한 난관을 뚫고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섰지만, 여기서 머물러서는 안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 임직원에게 100년 기업이 되자고 했다. 그렇지만 1000년이라도 가지 못할 이유는 없다. 스스로 하기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이제 시대의 흐름에 부응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작가 에우리피데스도 "물결 따라 신의 뜻에 따라 항해하라!"고 읊었다. 삼성전자와 대한항공도 새로운 시대흐름에 맞서지 말고 잘 흡수하면서 더욱 뻗어나가야 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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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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