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모든 내부거래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대상은 아니다. 불공정한 거래와 부당한 지원만을 걸러내겠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은 5일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에서 열린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주최 '제178회 중견기업 CEO 조찬강연회'에서 중견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이 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지난 9월 취임한 조 위원장은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중견기업에도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수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팔래스강남호텔에서 '건강한 기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정위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중견기업 CEO 조찬강연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 위원장은 "부당한 지원은 시장의 정상적인 매커니즘과 차이가 많이 나는 거래를 말한다"며 "정상 가격으로 이뤄지는 내부거래는 공정위의 관심 사항도, 조치사항도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제대로된 내부거래는 거래비용을 감소시키고 효율성을 높여 기업의 가치를 상승시키지만 소위 '일감몰아주기'라 불리는 부당한 내부거래가 기업의 가치를 훼손시키고 주주들에게도 피해를 입힌다는 설명이다.
조 위원장은 일간몰아주기 관행을 개선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도 시사했다. 그는 "일감 나눠주기 문화 확산을 위해 기업 스스로가 일감을 나눠주면 유인책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동반성장지수 종합평가에 일감개방 정도를 반영하는 방안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위원장은 "어려울 때일 수록 기업 스스로가 위기 관리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상생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며 공정거래법 준수를 당부했다. 원사업자이자 협력사이기도 한 중견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잇는 기업생태계의 가교로, 공정거래와 상생협력을 통해 공정한 경쟁과 성장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호텔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중견기업 CEO 조찬강연회를 개최했다. 사진/중견련
조 위원장은 또 기업들이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 만들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준다면 공정위도 경쟁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ICT 등 신산업 분야에서 혁신적 경제활동이 저해되지 않도록 균형잡힌 시각으로 접근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최근 '타다'의 검찰 기소와 관련해 "타다는 시장의 경쟁을 불러일으킨다는 측면에서 플러스"라며 "공정위가 처음에 이런 의견을 밝혀야 했다"고 언급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시각이다. 조 위원장은 이날 강연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공정위가 해야할 일 중 하나는 새로운 시장에 들어오는 사업자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다른 부처에서 하는 정책 중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