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용 금융팀장
지난 6일 <뉴스토마토>와 한국CSR연구소가 '2019 대한민국 금융산업 지속지수'를 발표했다. 금융지속지수는 국내 은행과 보험사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측정한 것으로, 신용 거래의 중개자로 사회적으로 큰 역할을 수행하는 은행과 보험사의 사회적 기능을 들여다보자는 것이다.
금융사들이 경제와 사회, 사회영향, 신뢰지수, 환경 등 5개 부문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 계량화했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직전 3년치 자료를 확인하기 때문에 올해 경영 실적과 관련 자료는 반영되지 않았다.
눈길을 끄는 점은 사회와 신뢰 등 비재무적 요소가 금융사 순위를 갈랐다는 것이다. 금융지속지수 배점표를 보면 재무와 비재무 부문의 비율이 6대 4로 재무 비중이 더 높지만, 금융소비자의 평판이나 신뢰성 등 비재무적인 부문이 금융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꼽힌다.
실제로 은행권을 보면 전산시스템 오류와 같은 금융사고가 잦은 금융사나 채용비리 사태에 휘말린 A은행은 지속지수 순위가 급락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성적표를 받았지만, 민원 발생건수와 제품 완성도 등이 포함되는 사회영향 부문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금융지속지수 순위가 급등한 B은행은 사회공헌과 사회영향, 이해관계자 등을 바탕으로 하는 사회영향 부문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사회영향 평가 부문에 사회적금융 지원 실적이 반영되는 만큼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을 주로 지원하는 국책은행이 높은 점수를 받지만, 사회적 역할 수행이 순위 등락을 가른 주요 변수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수년째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은행권의 상승세가 내년엔 꺾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얼마전 금융연구원은 은행권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내년에 모두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출 증가율은 올해 말 5% 중후반대에서 5% 초중반 수준으로 내려가고, 자기자본이익률(ROE)도 현재 8% 후반에서 7%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벌써부터 '호실적은 이제 끝났다'는 볼멘소리가 들리지만, 이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우울한 실적 전망이 계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형 금융사는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가계대출과 부동산 대책의 영향, 기준금리 인하 등은 예고된 위기이자, 그런 위기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온다. 규모의 경제가 이뤄지고 있는 금융업 특성상 대내외 변수에 따라 실적의 순위가 크게 뒤집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금융업 판도를 뒤흔드는 것은 '신뢰'라는 무형자산이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채용비리 사태와 대출금리 조작, 그리고 최근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진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손실과 키코(KIKO) 사태는 그동안 공들여 쌓아온 금융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한순간에 깎아 내렸다. 금융당국 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은 금융사의 사회적 책임을 묻고 있다.
경영계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가 '지속가능 성장'이다. 수익만을 추구하는 과거 성장 패러다임을 벗어나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나가는 전략이다. 다양한 고객층의 자금을 맡는 금융사들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자금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자금중개 역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야할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종용 금융팀장 y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