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과세당국이 편법증여가 의심되는 금수저들을 상대로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의 과세망에 오른 상당수는 수입이 높지 않은 사회초년생들로 최근 서울과 지방을 중심으로 수십억원의 고가주택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탈세혐의자 224명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를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조사대상자는 NTIS(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 과세정보와 국토교통부의 자금조달계획서,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자료 등 자금흐름 조사를 기반으로 선정됐다.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개선안 발표를 하루 앞둔 지난 8월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일대의 아파트 단지가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체 서울 아파트 거래량 중 30대 거래 건수는 1만876건으로 전체 거래건수의 28.3%를 차지했다. 국세청은 이들이 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법망을 피해 불법 증여를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20대 직장인 A씨는 건설업을 운영하는 부친 B가 외조모 명의의 계좌에 입금한 자금을 수차례 현금으로 인출해 부동산 취득자금으로 사용하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소득이 많지 않은 30대 C씨 역시 고액재산가인 부친 D로부터 현금을 편법증여 받아 고가 부동산을 매입하고 호화 생활을 즐기며 증여세를 탈루했다.
미취학 아동 E의 경우 3세 때 주택 두 채를 취득하면서 일부자금을 부친 F로부터 편법 증여받고, 취득 시 임대보증금을 부채로 공제 후 조부 G로부터 현금증여를 받고 보증금을 상환하면서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세법상 부모 등 직계존속이 자녀에게 증여한 금액이 10년간 증여재산 공제한도액 5000만원을 초과하면 증여세를 신고·납부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세청은 전세금을 증여받는 편법증여, 양도소득세를 축소 신고하기 위한 다운계약서 작성, 개발호재를 미끼로 한 기획부동산 등에 대한 세무조사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에서는 전방위 금융조사를 통해 조사대상자 본인의 자금 흐름은 물론 필요 시 부모 등 친인척 간의 자금흐름과 사업자금 유용 여부까지 면밀히 추적할 계획"이라며 "조사과정에서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한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고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종시 정부세종2청사 국세청.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