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갑시다.'(We go together.) 한미동맹의 구호이자 슬로건이다. 주한미군 관련행사에서 한국군이 "We go together"를 외치면, 미군은 "같이 갑시다"로 화답한다. 그런데 사실 우리와 미국과의 관계가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1871년 미국은 강화도를 침공해 수백명의 조선인을 죽였고(신미양요), 1905년 일본과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당시 대한제국의 뒤통수를 쳤다.
영원한 동맹은 인류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다. 지금의 끈끈한 한미동맹도 어쩌면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지속되는 측면이 있다. 한국은 미국의 경제지원과 '안보우산'을 토대로 지금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고, 미국은 미국식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우등생이자 대 중·러 최전선 기지인 한국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미 의회가 괜히 초당적으로 '주한미군 감축 제한' 법안을 발의한 것이 아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이 열흘 뒤 종료될 예정인 가운데, 미국은 지소미아 연장을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및 한미연합사령관은 12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지소미아가 종료된다면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한미일 안보 협력이 강하지 않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논리다. 우선 지소미아는 한일 간의 군사협정이지 한미일 협정은 아니다. 또한 지소미아가 종료된 것은 일본이 한국을 '안보상 신뢰할 수 없는 국가'로 취급한 데 따른 것이다. 미국이 지소미아 종료에 불만이 있다면 한국이 아닌 원인을 제공한 일본을 압박하는 것이 옳다. 그게 아니라면 한미일 안보협력을 제도화하는 별도의 조약을 추진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기에 지소미아는 2016년 11월23일 체결된 것으로 만 3년도 안 된 조약이다. 더구나 지난 정부가 밀실에서 졸속으로 체결했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 그게 종료된다고 6·25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 함께 피를 흘리며 싸운 '혈맹' 한미동맹이 흔들린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 아닐까.
한미동맹의 '같이 갑시다'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다른 한 쪽이 그것을 일방적으로 따라간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한미동맹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특수관계다. 그러나 한일관계도 그와 다른 의미로 특수관계라는 것을 미국이 유념했으면 한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