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등용 기자] 전북 익산 장점마을 암 집단 발병 사태가 인근 비료공장이 원인인 것으로 밝혀진 가운데 인천 사월마을 주민들의 암·호흡기 질환 원인 규명을 위한 환경부 조사가 이르면 19일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선 장점마을 조사 결과가 환경오염으로 인한 비특이성 질환의 역학적 관련성을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한 첫 사례인 만큼 사월마을도 이러한 관련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높다.
환경부가 실시한 사월마을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가 19일 발표된다. 사월마을에 위치한 한 폐기물처리업체 모습 사진/정등용 기자
18일 인천시 서구 등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2017년 12월부터 1,2차에 걸쳐 외부기관에 위탁해 진행한 사월마을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초 마을 주민들이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이뤄졌다.
인천시 서구 왕길동 사월로 37번 안길에 위치한 인천 사월마을은 순환골재공장 등 폐기물처리업체 28곳을 비롯해 소규모 제조업 등 각종 공장이 들어선 지역이다. 50여년 전부터 180여가구 30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사월마을 주민들은 몇 년 전부터 폐기물처리업체 등 주변공장에서 먼지와 쇳가루로 인한 피해를 호소해 왔다. 특히 공장에서 날아오는 분진 탓에 빨래를 널지 못하는 것은 물론 창문도 제대로 열지 못 하는 등 실생활에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월마을 주변에는 약 400개의 폐기물 처리 공장이 들어서 있다. 2000년대부터는 마을 주변에 제조공장 100여곳이 건립되면서 그 수가 늘어났다. 또한 서구 백석동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로 폐기물을 수송하는 도로도 있어 대기 오염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주민들은 마을에 난립한 공장들로 인해 주민 49명 중 5명이 암에 걸렸고 32명은 순환기계 질환, 16명은 내분비계 질환을 진단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 10명을 대상으로 한 혈액과 소변 검사에선 소변 중 카드뮴 수치가 일반 국민 평균 0.76(㎍/ℓ)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왔다.
주민들은 이번 환경부 조사 결과로 명확한 원인 규명이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장선자 사월마을 환경비상대책위원장은 “여기서 하루만 살아 보면 창틀 같은 데가 금방 새까매 지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만약 공장 이전이 안 된다면 주민들이 안전한 곳에서 살 수 있게끔 정부에서 이주 지원이라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교운 사월마을 환경비대위 사무국장은 “원래 살기 좋았던 마을이 순식간에 폐허로 변해버렸다”면서 “환경부 조사 결과로 주민이 이주하든, 공장이 나가든 해결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지난 9월엔 인천시 특별사법경찰과와 서구청은 합동으로 사월마을 일대 사업장 16곳에 대해 특별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무허가(미신고) 배출시설 설치 및 운영 등의 위반행위 사업장 5곳이 적발하기도 했다. 적발된 5개 업체 중 2곳은 미신고 폐수배출시설을 설치·운영했고, 3곳은 미신고 소음·진동 배출시설을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업체에서 발생한 오염물질이 마을 주민들이 앓고 있는 질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인과관계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환경부 발표를 예의주시 하면서 인천시 자체적인 대응 방안 마련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서구청 관계자는 “환경부 조사로 인과 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되면 우리 입장에서도 행정 조치를 취하기가 훨씬 수월하다”면서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왕길동 사월마을 주변 현황도 사진/인천시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