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내년 전 세계 철강시장 성장률이 1%대에 그칠 전망이다. 국내 철강 수요도 이미 최대치에 달해 추가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다만 건설·자동차·조선 등 주요 산업에서 친환경·스마트화가 진행되는 만큼 이에 특화한 고부가가치 제품개발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철강 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는 ‘수요산업 요구에 부응한 철강소재 개발동향’ 보고서에서 세계철강협회 자료를 인용, “세계 철강수요는 점차 둔화되고 있으며 2020년이면 1%대 성장에 그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철강 수요는 17억860만톤으로 전년 대비 4.6% 증가했지만, 올해 예상치는 3.9% 증가에 그친 17억7500만톤으로 예측된다. 내년 수요는 1.7% 증가한 18억570만톤 정도로 보고 있다.
세계 철강수요 성장 둔화는 중국에 기인한다. 최근 8%에 육박하던 중국의 수요 증가율이 내년이면 1%로 꺾일 전망이다. 중국을 제외한 개발도상국의 내년 수요 증가율은 4%에 달할 전망이지만 총량은 4억8400만톤 정도로, 9억900만톤인 중국에 비하면 규모는 절반이다.
국내 철강수요도 큰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다. 최근 10년간 국내 철강재 소비량은 5200만~5700만톤 범위에 머물러 왔다. 특히 한국은 1인당 철강소비량이 유일하게 1톤을 넘으며 시장이 이미 성숙해 있는 만큼 별다른 증가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국내 철강수요 78%를 차지하는 건설·자동차·조선 부문도 저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생산단위당 철강사용량은 오히려 줄 전망이다.
자료/KDB산업은행 미래전략연구소
다만 건설·자동차·조선 등 주요 산업이 친환경·스마트화를 생존 전략으로 펴는 점은 고무적이다. 건설 부문에서는 지진피해 등으로 내진설계가 중요해지면서 철근, 형강 등의 내진강재 적용을 확대하는 추세다. 진동과 충격에 버틸 수 있는 에너지 흡수 특성이 요구된다. 전기차 등 미래차는 연비 효율을 높이기 위해 경량이면서도 안전성을 높인 고강도 제품을 필요로 한다. 선박 역시 친환경 LNG선 수요가 늘면서 LNG연료 수송과 저장을 위한 저온특성과 고인장강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업계도 고부가가치화에 필사적으로 뛰어들었다. 포스코는 에너지 고효율 전기강판 ‘Hyper No.’를 개발, 두께 0.15mm까지 생산이 가능해 일반 전기강판(0.50~0.65mm)보다 철손이 적어 모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효율 모터에 적용해 전기차의 연비와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풍력발전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1㎟ 면적당 100kg 이상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차세대 강판 ‘기가스틸’도 주목된다. 가로 10cm, 세로 15cm의 손바닥만한 크기로 약 1톤 가량의 준중형차 1500대를 올려놓아도 견딜 수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전기차 생산 로드맵에 맞춰 내년 11월 가동을 목표로 수소연료전지 금속분리판 2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수소연료전지 금속분리판은 수소전기차 엔진인 ‘스택’ 가격의 60%를 차지하는 고부가 핵심 소재다. ‘외력에도 닳지 않는 철’이란 의미의 내마모강 ‘웨어렉스’도 출시했다. 경도와 가공성을 크게 향상해 차량의 엔진, 트랜스미션 등 자동차 뿐 아니라 일반 산업용 기계에도 쓰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2017년에는 내진용 전문 철강재 브랜드 ‘H CORE’를 론칭, 내진용 H형강과 강관 등 다양한 내진용 강재 연구개발과 성능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또 영하 170℃영하에도 견딜 수 있는 LNG 저장탱크용 극저온 철근 개발을 최근 완료하고 본격적인 수주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이외에도 기업들은 틈새시장 확보를 위한 프리미엄 제품 출시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아제강은 ‘ERW K55 유정용강관’·’ERW 재료관’ 등 6개 품목에 대해 지난 21일 산업통상자원부의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았다. 세계 시장 점유율 5위 이내 ·시장점유율 5% 이상·세계 시장 규모 연간 5000만달러 이상 등의 선정 요건을 충족했다. 컬러강판 수출에 집중한 동국제강은 태양열 차단 효과를 극대화한 초고내후성 컬러강판 ‘supersmp’ 항균 기능의 ‘럭스틸 바이오’ 등을 출시했다.
보고서는 “친환경, 스마트화 등 시대적 요구로 인해 수요산업별 특화제품 개발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라며 “이는 철강제품의 고부가가치화로 이어져 수요산업의 발전뿐만 아니라 철강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철강사와 수요처의 공동 연구개발을 확대하는 등 고부가가치화의 효과적 추진을 위한 전후방산업간 연계 강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