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현정 기자] 자유한국당의 기습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선언으로 여야의 대립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주말에도 긴급 회의를 연 더불어민주당은 "당리당략을 위해 어린이 안전법까지 볼모로 삼은 한국당을 심판하겠다"고 밝혔고, 한국당은 "민생법안을 처리 못 한 건 민주당 탓"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30일 한국당의 필리버스터 시도를 "역사상 전무후무한 국회 봉쇄 시도"라고 비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원내대표단·상임위원장·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한국당이 국회를 마비시키고 국민을 직접 공격했다"며 "'군사 쿠데타의 후예'다운 행동"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타협의 시도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부터 개혁법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위한 강력한 비상행동을 시작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상임위원장·원내대표단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이 원내대표는 전날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던 법안들을 거론하면서 "특히 '민식이법'을 협상 카드로 내세운 것은 비정한 정치의 결정판"이라며 "아이들을 두 번 욕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당은 비난이 빗발치자 선심 쓰듯 선거법 개정을 철회하고 법안 5건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수용한다면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을 본회의에 상정시켜 준다고 했다"며 "아이들 안전 관련 법을 정치적 볼모로 삼는 패악질에 할 말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당은 민생경제법안을 처리하지 못한 건 민주당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한국당은 어린이 안전법안, 그리고 각종 시급한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할 것을 요구했다"며 "그 요구를 차갑게 외면한 쪽이 바로 여당"이라고 밝혔다. 이어 "말은 바로하자. 한국당은 민식이법, 해인이법, 각종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겠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며 "실제 민식이법에 대해서는 필리버스터를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민식이법을 막았다, 한국당이 민생법안을 볼모로 잡았다'는 거짓말들을 하고 싶을 것"이라며 "야당의 최소한의 저항 수단인 필리버스터를 원천봉쇄하기 위해 본회의 자체를 무산시켜버리는 사상 초유 '국회 파업'을 벌인 의장과 여당이 민식이법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즉각 본회의를 열어라. 본회의가 열리는 즉시 우리는 시급한 법안을 우선 처리할 것"이라며 "나머지 법안들에 대해 국회법이 보장한대로 필리버스터를 할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은 전날 열릴 예정이었던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199개 법안 모두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패스트트랙 법안 상정을 막기 위해 20대 정기국회 회기 종료일인 다음달 10일까지 108명의 의원들이 돌아가며 토론을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민주당과 다른 정당들이 이를 막기 위해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않으며 본회의가 무산됐다. 문 의장은 의결 정족수가 채워져야만 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을 모아 놓고 3당 원내대표 회의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현정 기자 j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