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국의 스마트시티와 신남방 전략

입력 : 2019-12-03 오전 6:00:00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행사 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행사는 부산 서구에서 열린 '부산 에코델타 스마트시티 국가 시범도시' 착공식이었다. 태국, 베트남, 라오스 등 아세안 국가 정상과 장관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첫 일정으로 스마트시티 착공식에 참석했다. 새로운 도시 건설에 아세안 각국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부산 에코델타 시범도시는 낙동강 하구 삼각주에 조성되는 여의도 규모의 작은 도시이지만, 물 관리와 로봇, 에너지 등 환경 친화적이면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구현하는 미래 도시라는 특징이 있다. 비가 많고 울창한 밀림 등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도시를 건설하고자 하는 동남아 지역의 도시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도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작년 초에 부산과 세종 두 곳을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지정했다. 도시문제 해결, 시민 삶의 질 제고를 위해 백지상태 부지에 도시의 계획부터 조성까지 혁신기술을 집약 구현한 국내 최초 사례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2년의 계획 끝에 첫 삽을 뜬 것이다. 도시화율(도시지역 인구비율)이 90%를 넘어선 시점에서 여전히 신도시 개발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정부가 부동산값 안정을 위해 수도권 지역에 대규모 3기 신도시 개발을 추진하면서 참고 모델이 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신도시 개발은 수도권 인근의 주택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한편으론 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가속시키고, 환경을 파괴했다는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자연의 순환과 정화기능을 살리지 못함으로써 도시가 가열되는 열섬현상과 미세먼지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많이 늦었지만 새로운 도시의 필요성, 기존 도시를 어떻게 친환경적이고 스마트한 도시로 바꿀 것인가에 대한 새로운 시대적 과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의 중 아세안 국가 정상들은 정보통신기술(ICT), 과학기술, 스마트시티 등 분야에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한국의 기술에 대해 감탄했다고 한다. 특히 관심을 보인 '스마트 인프라' 협력은 아세안 전역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남방정책 루트를 개척해 향후 5G, 6G, 인공지능(AI), 스마트 공장, 스마트 홈 등 기술진화에 발맞춰 시장을 개척할 파이프라인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줬다.
 
그런데 이러한 기술적 접근의 도시 모델은 한계가 있다. 대표적으로 송도는 세계 최초의 유비쿼터스 도시로 기획이 됐지만, 새롭게 등장한 스마트폰 기술이 활용되지 못함으로써 지금은 유명무실화됐다. 차량 중심의 도로 시스템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고 교류하는 활동을 방해하기도 한다. 도시의 경쟁력은 높은 건물과 큰 도로, 첨단 인프라가 아니고 다양한 사람들의 교류가 촉진되어 새로운 아이디어와 산업이 등장하는 것이다.
 
아직도 도시화가 진행 중인 아세안 지역에 산업시대의 도시가 아닌 새로운 도시 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아세안 10개 국가들의 성장률은 5.3%에 달하고 총 인구는 6억5000만 명에 달한다. 아세안 지역은 1960년대 18% 수준이던 도시화율이 2017년 48%까지 높아질 정도로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교통 혼잡와 환경오염, 난개발 등 다양한 도시문제들이 산재해 있는 상황이다. 유엔환경계획(UNEP)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아세안 지역은 2035년까지 교통, 상하수도, 에너지, 주거 등 도시 인프라를 새롭게 조성하는 데 약 7조 달러(US)의 신규투자가 필요하다. 스마트시티가 대안으로 주목 받는 이유다. 인도네시아는 수도이전 프로젝트로 세종시 모델과 경험에 주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스마트시티, 베트남의 산업도시 사회주택 조성, 미얀마의 스마트산업단지, 태국 스마트교통시스템 등 한국은 아세안 국가에서 총 20건 이상 스마트 인프라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정부도 신남방 전략의 일환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도시의 수출 이상으로 우리나라가 새로운 도시 모델을 제시할 때 아세안과의 장기적인 협력 관계가 굳건해 질 수 있다. 신기술을 접목해 사람과 자연, 기술이 균형적으로 성장 가능한 새로운 도시 모델이 제안될 필요가 있다. 출근하지 않고도 일하는 시대를 대비하고, 사람들의 아이디어가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사회를 혁신 시키는 시스템까지 제안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명호 (재)여시재 솔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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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