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관 휴대전화 두고 검·경 갈등 조짐…"검찰, 불리한 증거 감출 것"

법조계 "고래고기 사건의 연장선…압수수색영장 청구 안 할 것"

입력 : 2019-12-04 오후 5:56:29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숨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출신 검찰 수사관 A씨의 휴대전화를 경찰도 영장 청구를 통해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는 검찰이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감추기 위해 영장을 반려한 관행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휴대전화 정보 확보 방안를 두고 검·경 수사권 갈등으로 확산되면서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되고 있다.
 
4일 경찰 등에 따르면 A씨의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서초경찰서는 A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하기 위해 검찰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검찰이 A씨의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결과가 나오면 대검찰청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 또는 서울중앙지검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이 경찰의 신청을 받아들여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검찰은 휴대전화 압수수색에 대해 A씨의 사망 경위를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별건 수사 등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민감한 내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수사권 조정에 관한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라도 검찰이 경찰의 신청을 기각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에 대한 검찰의 조속한 구속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신장식 변호사는 "검찰은 구체적 필요성이 있는 사안에 대해서 제 식구 감싸기로 증거를 보여주지 않기 위해 영장을 반려하는 관행을 보였다"며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를 경찰이 확보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복심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과 경찰의 관계를 볼 때 검찰 자신이 이 사건의 배경이 되는데, 압수수색영장 청구는 안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울산 고래고기 사건에서도 영장 발부를 두고 검찰과 검찰이 다퉜다"며 "이 사안도 그 사건의 연장선인데,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다만 검찰이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은 시기상으로는 성급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을 역임했던 이재화 변호사는 "검찰이 압수수색영장을 안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기본적으로 변사자 사건 수사인데 검찰이 수사관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한 것은 석연치 않아 보인다"며 "별건 수사로 통화한 내용을 숨기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도 지적했다.
 
최건 대한법조인협회 회장은 "사건의 본질을 떠나 검찰과 경찰이 힘겨루기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돌아가신 분이 왜 그랬는지, 어떤 압력이 있었는지가 중요한데, 아쉽다"고 말했다. 또 "만일 압력이 있었다면 어느 쪽의 압력인지가 문제인데, 수사권 조정의 근거가 될 수 있으니 경찰도 유리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할 것"이라며 "이번 김기현 전 시장 사건은 특히 그 부분이 걸려 있다고 생각한다"고도 설명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도 "수사권 조정이 논란이 되니까 검찰에서도 압수수색으로 지휘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장례식장에 마련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 수사관의 빈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검찰은 지난 2일 서초경찰서에서 압수한 A씨의 휴대전화에 대해 포렌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압수수색 후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 참여 등 필요한 수사 협조를 검찰에 요청했고, 검찰은 경찰의 참관을 허용했다. 다만 검찰은 포렌식 결과를 공유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A씨의 휴대전화는 패턴 형태의 암호로 잠겨 있어 현재 포렌식 작업은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지난달 26일 울산지검으로부터 이송받은 김 전 시장의 첩보 문건 의혹에 관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의 고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달 1일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었으나, A씨는 그날 서울 서초구의 한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지난달 26일 울산지검으로부터 이송받은 김 전 시장의 첩보 문건 의혹에 관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의 고발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중앙지검 청사.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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