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구글에 입사한 신입사원은 지위에 상관없이 프로펠러가 달린 모자를 쓴다. 이를 통해 구글의 일원이 됐다는 걸 느끼고, 다른 직원에게 자신이 신입사원임을 알린다. 이는 새로 시작하는 만큼 스스럼없이 질문하겠다는 표시이기도 하다. 프로펠러 달린 모자가 신입사원을 환영하는 일종의 '의식(Ritual)'이자, 글로벌 IT기업 구글이 소통과 협력을 중시하는 기업문화를 유지하는 방법인 셈이다.
10일 서울 강남구 구글스타트업캠퍼스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워크숍에서 프레데릭 페르트 박사는 기업 내 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구글 기업문화가 어떤 의식들 속에서 형성됐는지 설명했다. 페트르 박사는 구글 '최고 혁신 전도사(Chief Innovation Evangelist)'로, 10만7000여명의 구글 구성원이 창의적인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여러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의식은 규칙적으로 진행하는 작지만 실질적인 행동을 말한다. 그는 "구글은 사용자를 존중하고, 기회를 존중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3가지 가치를 모토로 한다"며 "이런 가치들을 실현하고 혁신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의식을 활용한다"고 말했다. 신입사원들이 쓰는 프로펠러 모자가 대표적인 경우다. 혁신을 장려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의식도 있다. 구글 알파벳의 자회사인 엑스(X)는 매년 실패를 축하하는 행사를 치른다. 이 행사에서 망자를 위한 관을 가지고 실패를 위한 장례식을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구글 '최고 혁신 전도사' 프레데릭 페르트 박사가 10일 서울 강남구 구글스타트업캠퍼스에서 미디어데이 워크숍에 참여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구글
페트르 박사는 "직원들은 실제 관을 가져다 놓고 중도 폐지된 프로젝트, 실패로 끝난 아이디어나 실험 등이 적힌 메모 등을 담아 태운다"며 "수많은 아이디어가 성공적이지는 못한데, 이 행사는 실패의 감정을 해소하고 핵신을 이어갈 수 있도록 감정적인 안정과 편안함을 갖는 데 도움을 준다"고 했다. '용감한 펭귄상'은 처음으로 물속에 뛰어드는 용감한 펭귄처럼, 위험을 감수하고 협업을 잘한 동료들에게 수여되는 상이다. 이를 통해 팀원 모두가 긍정적인 협업을 계속 인식하게 하고, 성과를 보인 동료에게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실 이같은 의식들이 기업문화 혁신을 위해서만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페트르 박사는 뉴질랜드의 국가대표 럭비팀 '올 블랙'의 성공 사례를 들었다. 이들은 매 경기가 끝나면 승패나 홈·원정 경기 여부에 관계없이 라커룸을 깨끗이 청소했다. 팀원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고, 겸손한 마음을 갖게 하는 일종의 의식이다. 페트르 박사는 "이런 의식들은 단지 좋은 매너나 미신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기적으로 수행하는 의식은 감정을 조절하고 수행 능력을 높이며, 사회적 유대를 증진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먼저 기업들은 조직의 고유한 가치를 설정하고, 이 가치를 실현하는 작지만 실질적인 행동들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업 특유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 그는 "이미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작은 행동들이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런 행동과 의식들은 기업 조직문화에서도 서로 유대감을 조성하도록 돕고, 기업이 궁극적으로 보다 훌륭하게 도약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