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의혹과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소환하는 등 감찰 무마로 대상을 전환하면서 현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대로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 등의 사학 비리,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등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해 선택적 수사란 비판이 나온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는 이날 조국 전 장관을 소환해 조사하는 등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3일 유 전 부시장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이러한 비리를 청와대도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등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를 예고했다.
또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이날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에 대한 직권남용 등 고발 사건과 관련해 김기현 전 시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5일 김 전 시장을 불러 지난해 6·13 지방선거 당시 경찰 수사에 대해 확인하는 등 연이들 수사를 진행 중이다. 김 전 시장은 당시 청와대 첩보에 의한 수사로 자신이 낙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나경원 의원 자녀의 입시·성적 의혹 등에 관한 업무방해 등 고발 사건은 좀처럼 수사가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성상헌)는 이날 정현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을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 중이다. 이는 전교조가 지난 10월24일 나 의원을 고발한 지 54일 만이다.
사립학교개혁과비리추방을위한국민운동본부 등 4개 단체도 나 의원과 최성해 동양대 총장 등을 같은 혐의로 고발했지만, 이들 단체에 대한 고발인 조사 외 피고발인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들 단체는 검찰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이번 주 범국민 공동고발장도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남부지검 공공수사부(부장 조광환)가 진행하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수사도 관련자 조사와 압수수색 이후 아직 기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사 대상이 가장 많은 한국당은 의원 2명만이 조사를 받았다.
이에 대해 금융정의연대 법률지원단장 신장식 변호사는 "선택적 수사로 볼 수 있는 여지가 너무 많다"며 "수사를 지연해 잊어버릴 때를 기다리는 것 같은데, 국민은 잊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의 감금은 너무 명백한 사건이라 더는 조사가 필요 없이 기소하면 된다"며 "증거도 없이 정경심 교수를 기소한 기백으로 기소하면 되는데, 기소 재량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나경원 사학 의혹 등'에 관한 검찰의 고발인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전 정부에서도 검찰의 선택적 수사는 비판을 받아 왔다. 당시 검찰은 정부에 비판적인 이들에 대해서는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지만, 정부와 집권당인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부실하게 수사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표적으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7시간 의혹'을 다룬 칼럼을 게재한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서울지국장을 3차에 걸쳐 소환 조사한 이후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가토 지국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검찰은 언론 탄압이란 국내외의 비판을 의식해 항소를 포기했다.
전주지검 형사1부는 지난 18대 대선 직전 본인의 트위터에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와 관련한 의혹을 제기한 안도현 시인을 2차에 걸쳐 소환 조사한 이후 허위사실 공표와 후보자 비방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1심에서는 비방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결국 상고심에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박근혜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산케이 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지난 2015년 12월17일 오후 무죄를 선고받은 후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반대로 검찰은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던 이정현 전 의원이 KBS에 보도를 축소해 달라고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한 고발 사건을 2년간 수사하지 않다가 2016년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등이 고발하고 나서야 수사를 시작했다. 이 사건 수사는 이 전 의원이 압박한 녹취록이 공개된 직후에도 당사자 소환 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등 비판을 받았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이 이송되고, 수사 촉구 진정서 등이 제출되는 등 과정을 거쳐 이 의원은 2017년 12월 방송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이 의원이 기소된 이후에는 방송법 사상 처음으로 유죄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지난 2012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유출 의혹을 받는 발언에 대해 고발된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정 의원 등 전원에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추가 고발로 2013년 수사를 다시 시작했지만, 정 의원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한 것 외에는 김무성 의원, 권영세 주중대사 등 9명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김무성 의원은 딸이 수원대 전임교수로 채용되는 대가로 이인수 총장의 2013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채택을 방해했다는 의혹으로 2014년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참여연대의 고발로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가 이 사건을 수사했지만, 김 의원에 대해 서면조사만 진행한 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후 서울고검의 항고를, 대검찰청이 재항고를 각각 기각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