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의 아닌 '농성의사당' 만드는 자유한국당

집회·삭발·단식 등 대정부 투쟁 집중…당대표 임기동안 대화·타협 정치 실종

입력 : 2019-12-17 오후 5:34:05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도를 넘어선 자유한국당의 '장외 농성정치'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여야간 협상은커녕 농성·집회·단식 등으로 민의를 받들어 법치 정치의 기초인 법률을 제정하는 국회 본연의 역할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중심엔 황교안 대표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당이 국회 본청 앞에서 개최한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는 17일에도 이어졌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지금 이 나라가 반민주 독재로 빠지고 있다. 그것도 좌파 독재로 빠지고 있다"며 "좌파정권의 폭정을 막아내고 자유민주주의를 세우는 대업에 함께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여기 오신분은 500분이지만 못 들어오신 분은 100배가 넘는다. 5만명이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마음이 우리에게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당은 전날에도 규탄대회를 열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당원과 지지자 수천명이 몰려들어 한때 국회의사당 출입문이 봉쇄되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큰 혼란과 소동이 빚어졌다. 일부 지지자는 정의당 당원과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정작 황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국회에 오실 때 막히고 고생했지만 이렇게 국회에 들어오신 것은 이미 승리한 것"이라며 규탄대회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국회 내 폭력 사태 등이 일어나고 있는 와중에도 이를 방치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과 정의당은 황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 등을 경찰에 고발했다.
 
여기에 과거 민주노총의 국회 점령 당시 황 대표가 했던 발언이 재조명 되면서 '이율배반적'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지난 4월초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내 진입을 시도하며 담장을 무너뜨렸다. 이 때의 일을 두고 황 대표는 "폭력 시위"라며 "엄정한 법 집행으로 더 이상의 불법 폭력 시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황 대표를 향해 "남이 하면 불법이고 자신이 하면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이번 국회 내 폭력 사태에 대해 오히려 문희상 국회의장과 경찰에게 책임을 돌리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했다. 심재철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으로서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정권 거수기 역할을 한 것이야말로 광장으로, 국회로 달려나온 이유"라고 주장했고, 박완수 사무총장도 "당초에 우리가 계획한 건 규탄대회였고, 그 집회가 과열된 원인은 전적으로 (국회 문을) 원천 봉쇄한 경찰과 법에도 근거하지 않은 '4+1'에 의한 국회 운영에 있다"고 했다.
 
앞서 황교안 대표는 지난 15일 "불의가 법이 될 때 저항은 의무가 된다"는 토머스 제퍼슨 전 미국 대통령의 말을 언급하며 적극적 투쟁을 독려한 바 있다. 이런 차원에서 한국당은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일주일째 농성을 진행 중이다. 지난 14일에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장외집회도 열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퇴진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선 지 두달 만에 일이다. 한국당은 18일 부산·울산·경남, 19일 호남·충청·세종·강원·제주 등 릴레이 규탄대회를 이어간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의원들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앞에서 열린 ‘공수처법·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황 대표는 그동안 강경투쟁을 통해 당내 장악력을 키워왔다. 지난 4월과 8월과 9월, 11월 리더십 위기가 닥칠 때마다 장외집회와 삭발, 단식 등으로 이를 돌파했다. 황 대표의 '장외정치'는 지지층 결집 효과로 나타났다. 한국당이 태극기세력과 발맞춰 대정부 투쟁에 나설 때마다 보수층이 결집했고 이는 당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로 인해 황 대표 임기동안 국회는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됐다. 국회는 여야 협상이 어려워지면서 공전을 거듭했고 이번 규탄대회로 인해 여야 대립은 더욱 격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한국당이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과의 협상 국면에서 회동을 거부하고 규탄대회 일정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여야 협상은 더욱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 내부에서도 이미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내 의원들이 한국당 지지자들의 선거법과 검찰개혁법에 대한 규탄 목소리를 직접 본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협상하자고 주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국회 공전 사태를 초래한 책임이 황 대표에게 있다고 지적한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황 대표가 여야 간 갈등 부분을 전부 장외투쟁의 재료로 삼고 있다"며 "한국당 입장에서는 패스트트랙 법안 협상에서 실질적인 야당의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내년 총선을 위해 당 인적쇄신을 해야 하는데 황 대표가 바깥을 전쟁터로 만드니까 둘 다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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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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